새로운 茶문화 여는 30대 공예작가들… 요즘 2030, 차를 음료처럼 즐겨 예쁜 다실서 인증샷, 신세대 다도… ‘나 홀로 차 한잔’ 홈카페족 늘어 브이로그도 올리며 여유 만끽… 보성茶, 쇼핑몰 아마존서 판매도
6, 7일 전남 장성군 삼계면 죽림리 청림마을 희뫼요에서 열린 ‘다함께 차차茶’ 행사에서 희뫼 김형규 도예가(앞줄 가운데)가 30대 젊은 도예가들에게 찻잎을 따고 덖어 차를 만드는 법을 전수했다. 김 도예가는 “밤새워 만드는 수제차와 도자기는 만드는 이의 엄청난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장성=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예전에는 차를 도(道)의 개념으로 배웠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차도 그냥 음료처럼 즐깁니다. 인테리어가 예쁜 찻집에서 그릇과 소품을 찍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인증샷을 올리는 2030세대가 새로운 한국 차 문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6일 전남 장성군 삼계면 희뫼요 인근 야생차밭에서 만난 도예가 박승일 씨(경주 백암요 대표)는 500년 넘은 오래된 차나무에서 새로 나온 작설차(찻잎이 참새의 혓바닥 크기만 할 때 따서 만든 차) 잎을 따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이 주최하는 공예문화 축제 ‘공예주간’의 사전행사로 열린 ‘다함께 차차茶’ 행사에는 전국의 젊은 공예가 30여 명이 참여해 채엽(採葉·찻잎 따기)과 제다(製茶·차 만들기)를 체험했다.
금속공예가 이윤정과 도예가 백경원이 협업해 만든 다관과 다구.
○ 해외와 홈카페족을 겨냥한 한국의 차 문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 안에서 나 홀로 차와 커피를 즐기는 ‘홈카페족’은 새로운 차 문화를 이끄는 주역이다. 이들은 예쁜 티포트에 차를 끓여 마시는 여유로운 모습을 찍어 브이로그(Vlog·일상을 담는 동영상)로 올리기도 한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커피 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또한 홈 카페 관련 인테리어 소품 등 생활 장르 매출도 같은 기간 16% 늘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프리미엄 티 브랜드 ‘오설록’은 홈카페족들을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차 정기구독 서비스 ‘다다일상(茶茶日常)’을 시작했다. 매달 오설록이 추천하는 차와 다구, 소품 등을 큐레이션해 배달하는 정기구독 서비스다.
KCDF 최재일 공예본부장은 “차 문화는 제다 산업뿐 아니라 도자기, 금속, 가죽 공예와 요리, 인테리어, 건축까지 모든 것을 포함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산업”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전남 보성군의 청정 지역인 득량만에서 생산된 보성차 ‘오션브리즈(Ocean Breeze)’가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 차는 출시 8일 만에 중국, 일본 차를 누르고 아마존 ‘matcha tea’(말차·가루녹차) 부문에서 신제품 1위를 차지했다. 보성군은 “국제유기인증을 받은 농가의 찻잎만을 이용해 100% 유기농 녹차 등 프리미엄 라인을 만들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장성=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