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개척하는 청년창업가들] <10> ‘화난사람들’ 최초롱 대표
현재 ‘화난사람들’ 온라인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이런 문구가 걸려 있다.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에게 강한 처벌을 내려 달라는 릴레이 탄원을 11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는 양형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악질적 범죄에 경미한 처벌을 받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n번방 사건’에 국민의 분노가 들끓었던 이유 중 하나다.
화난사람들은 이처럼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일을 목격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별다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이 집단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법률 서비스 플랫폼이다. 자체 홈페이지에서 ‘화난’ 사람들을 모아 변호사들과 연결해준 후 공동소송을 진행하거나 탄원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대응책을 마련한다.
2018년 4월, 창업에 나선 그가 선택한 아이템은 공동소송이었다. 억울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변호사 사이에서는 기피 대상 1순위로 불렸다. 수천 명의 소송 참여자를 만나고 관련 서류를 받아 처리하는 일이 힘든 데 반해 손에 쥐는 돈은 적은 탓이다.
화난사람들은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다. 소송 참여자들이 화난사람들 홈페이지에 소송에 필요한 서류와 피해를 입증할 증거 등을 등록하면 자체 시스템이 이를 전산화해준다. 변호사들은 고된 작업 과정 없이 정돈된 데이터를 얻고 이를 기반으로 공동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사실 화난사람들이 개발한 시스템은 다른 스타트업과 비교하면 첨단 기술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법조계의 보수적인 문화 때문에 이런 시스템이 등장하지 않았던 것뿐이다. 최 대표는 “공동소송에 참여한 사람들의 전화 대부분은 내가 낸 소송비가 잘 입금됐는지 묻는 내용이었다”며 “그만큼 기존 법률 서비스에 불편함이 많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화난사람들은 올해로 창업 3년차에 접어들었다. 통상 공동소송은 대법원 판결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결론이 명확하게 난 사건은 많지 않다. 지난해 진행한 스카이에듀 사건은 소송 없이 억울함을 해결한 사례다. 온라인 강의 업체에서 인서울(서울 내 대학교)과 지거국(지방거점 국립대), 치의한(치대·의대·한의대)을 합격할 경우 수강료를 100% 환급하는 상품을 판매했는데, 조건을 달성한 학생들이 9개월 넘게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었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화난사람들이 피해자들을 모아 공동소송을 진행하기 전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만으로도 환급이 이뤄졌다.
화난사람들의 올해 계획은 제보 신고 기능을 강화하고, 해당 사건의 소송을 최대한 진행하는 것이다. 현재 100명 정도인 변호사 회원 수도 늘려 나갈 예정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공동소송뿐만 아니라 개별 사건도 플랫폼 내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상담을 받고, 예상하기 어려운 소송 결과로 끙끙 앓는 경우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최 대표는 누구나 화난사람들을 통해 쉽게 법률 상담을 진행하고 소송비용과 결과 등을 예상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자신한다. 그는 “‘법대로 하자’란 진리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