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니신도시’ 기대-우려 엇갈려 국제업무지구 계획 10년 넘게 표류… 개발 기대감에 매물 다시 거둬들여 “정부, 토지거래허가제 추진 가능성… 인근 효창동 등 풍선효과 생길수도”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줄 알았는데 임대주택 수천 채가 들어온다니 늦더라도 다른 계획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11일 찾은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용산역 철도 정비창 부지와 맞닿은 이곳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계획이 10년 넘게 표류하면서 노후 주택 500여 채가 밀집해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6일 용산정비창 부지(51만 m²)에 8000채 주택 규모의 ‘미니신도시급’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일대 부동산이 술렁이고 있다. 그동안 개발 계획 발표와 좌초가 반복돼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개발 호재에 부동산 매수 문의가 증가하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용산정비창 일대에 일정기간 토지 거래를 허가하는 ‘토지거래허가제’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실제 매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토지거래허가제로 인해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용산정비창과 맞닿은 서부이촌동, 한강로3가 등만 지정되면 인근 효창동이나 동부이촌동으로 투자 수요가 몰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업무·상업시설은 줄이고, 주택 공급 위주의 용산정비창 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도 컸다. 서부이촌동 동아그린 아파트에 거주하는 손모 씨(47)는 “한국의 롯폰기힐스나 강북의 코엑스가 들어설 곳으로 기대했는데 임대주택 2000채를 포함해 8000채의 아파트가 들어선다니 성냥갑 아파트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개발 속도를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2007년 첫 개발 사업 발표 후 6년 만인 2013년에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고, 2018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개발 계획을 발표한 후 부동산 시장이 급등하자 한 달 만에 이를 취소했다. 서부이촌동 대림아파트에 거주하는 정모 씨(58)는 “정비창과 주택지역 사이 도로가 왕복 4차로에 불과하고, 학교도 인근에 없기 때문에 개발계획이 제대로 추진돼야 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8000채 주택은 위례신도시급인데 이만한 규모를 조성하려면 업무·상업시설이 대거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거의 유일하게 개발되지 않고 남아 있는 서울의 중심지라는 입지를 고려한 개발 계획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