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광주를 다룬 제니퍼 헌틀리의 ‘제니의 다락방’은 칸트와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해외로 보내 광주의 진실을 세계에 알린 미국인 선교사 찰스 베츠 헌틀리(한국명 허철선) 목사, 그의 딸이 이 소설의 원작자다.
광주 양림동에서 태어난 제니(퍼)는 1980년 당시 만 10세의 소녀였다. 5월 20일 늦은 밤, 한국인 목사들이 제니의 집에 찾아왔다. 군인들이 집까지 수색해 학생들을 잡아가자 불안해진 그들이 자식들을 숨겨달라고 온 것이었다. 군인들이 찾아오면 거짓말을 해달라고 했다. 제니의 부모는 자기 가족까지 위험할 수 있었지만 그 학생들을 다락방에 숨겼다. 그리고 입양한 한국인 아들을 포함한 자식들에게 누구에게도, 심지어 다른 선교사나 미국인에게도 발설하지 말라고 했다. 필요하면 거짓말을 하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에게 인간애에서 나온 거짓말은 잘못이 아니었다. 그들은 한국인들을 더 받아들여 다락방에 살게 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총알이 벽을 뚫고 들어올 게 두려워 가족을 포함한 모두가 창문도 없는 지하실에서 잠을 잤다. 그들은 손님을 지키려고 목숨을 걸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롯처럼.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