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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쟁이 이상황의 오늘 뭐 먹지?]햄-버터-바게트 ‘환상의 식감’

입력 | 2020-05-13 03:00:00


‘소금집 델리’의 바게트를 이용한 장봉 뵈르 샌드위치. 이상황 씨 제공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오늘은 프랑스의 국민 패스트푸드 하나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바게트는 어느 모로 보나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입니다.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이 손에, 바구니에, 그리고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모습은 일상적인 풍경이자 국가적 정체성을 구성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나 대중적이다 보니 바게트를 재료로 한 응용편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요, 가장 일반적인 것이 장봉 뵈르 샌드위치입니다. 시금치, 단무지, 계란, 소시지 한 줄씩 들어간 기본 김밥 같은 느낌이랄까요?

보통 샌드위치는 사각의 식빵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프랑스에서는 바게트를 주로 사용합니다. ‘장봉’은 햄, ‘뵈르’는 버터를 뜻합니다. 바게트를 반으로 갈라 버터를 바르고 햄을 끼워 넣는 매우 단순한 음식이죠.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만들고 살 수 있는 프랑스 대표 간편식입니다. 시간에 쫓기는 여행을 하다 레스토랑 영업시간을 넘겨 끼니 걱정할 때 대부분의 동네 바나 카페에 부탁하면 쉽게 구해 먹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소개해 드리면 그까짓 거 맛이 거기서 거기겠지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때 디자인의 세계를 풍미했던 ‘적을수록 더 좋다’(Less is More)라는 멋진 표현이 맛의 세계에 통용이 된다면, 제일 먼저 장봉 뵈르 샌드위치를 예로 들고 싶습니다. 일단 재료가 바게트, 햄, 그리고 버터로 단순해 모든 재료가 자기 몫을 확실히 해줘야 합니다. 맛있는 바게트 자체를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국내에선 꿈도 꾸기 어려운 음식이었지만 이젠 꽤 맛있게 해낼 수 있는 곳들이 늘어나 즐겁습니다.

제가 꼽고 싶은 집은 서울 월드컵로에 위치한 ‘소금집 델리’입니다. 직접 만든 다양한 햄과 소시지를 선보이고 있는 샤르퀴트리(육류 가공식품) 전문점인데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샌드위치가 참 맛있습니다. 바게트 껍질은 잘못 씹으면 입천장이 벗겨질 정도로 잘 구워져 있으나 속살은 촉촉하고 부드럽습니다. 제주 흑돼지로 만든 수제햄과 이즈니 버터를 넉넉하게 사용해 프랑스에서 먹는 장봉 뵈르 이상의 맛을 내줍니다. 샌드위치로만 만족할 수 없다면 와인 안주로 딱 어울리는 샘플러 보드나 소금집 보드를 주문하셔도 좋겠습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소위 ‘샤르퀴트리 보드’네요. 다양한 샤르퀴트리와 치즈, 과일이 함께 나옵니다.

테이블이 많지 않아 줄을 서야만 입장이 가능한 관계로 바쁘신 분들은 테이크아웃을 해서 드셔도 괜찮을 듯합니다. 한 손에 샌드위치를 들고 인근 망원시장을 기웃기웃해도 좋고 근처 골목의 요즘 뜨는 카페들을 탐방하는 것도 주말 소일거리로 괜찮습니다. 지난해에는 안국역 부근에도 또 한 곳을 열어 좀 더 이용하기 편해졌습니다.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 소금집 델리 망원점=서울 마포구 월드컵로19길 14, 장봉 뵈르 1만2000원, 햄 스테이크 플래터 1만6000원, 오늘의 수프 5000원, 샘플러 보드 2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