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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베이스 DNA’ 덕분에 거침없이 한번에 연주했어요”

입력 | 2020-05-13 03:00:00

30일 리사이틀 여는 성미경
더블베이스계 스타 성민제가 오빠… 부친은 서울시향 더블베이스 단원
“가족끼린 ‘연습해라’ 말밖에 안해”




작은 체구와 상반되는 강렬한 연주는 성미경의 매력으로 꼽힌다.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심규태

오랜 시간 ‘더블베이스 집 딸’로 불렸다. 2010년 17세에 권위 있는 독일 슈페르거 콩쿠르에서 우승과 함께 청중상, 협연상, 특별상까지 휩쓸면서 성미경이란 이름은 ‘기대 받는 차세대 더블베이스 연주자’ 대열에 당당히 올랐다. 그가 1년 동안의 중국 상하이 교향악단 수석 활동을 마치고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30일 오후 2시. 성신여대 초빙교수인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코프스키와 호흡을 맞춘다.

성미경의 아버지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더블베이스 단원으로 오래 활동한 성영석 씨, 세 살 위 오빠가 국내 더블베이스계 간판스타로 꼽히는 성민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빠가 여는 더블베이스 캠프를 따라갔어요. 첼로를 배우는 중이었는데, 더블베이스의 굵직한 소리가 마음에 쏙 들어왔고, 저만 연주할 줄 모르는 게 속상했죠. ‘나도 할래요’ 했더니 그냥 바로….”

가족끼리 음악 얘기는 ‘연습해라’라는 한마디밖에 없다며 그는 웃음 지었다. 더블베이스는 레퍼토리가 넓지 않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첫 곡으로 연주하고, 멘델스존과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를 더블베이스로 연주한다. 더블베이스라는 이름부터 첼로와 연관이 있다. 합주에서 첼로 파트를 한 옥타브 낮게 ‘겹쳐’ 연주한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첼로가 사람 목소리 같다고 하지만, 더블베이스는 한층 더 묵직하게 깊은 남자 목소리같이 들리죠. 그래서 익숙한 성악곡 ‘세레나데’로 문을 열어보기로 했어요. 멘델스존의 첼로 소나타는 밝은 곡이어서 전반부에 배치했고, 휴식시간 뒤에는 열정적이면서 웅장한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펼칩니다.”

재작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석으로 활동한 상하이 교향악단 더블베이스 파트에서는 혼자 여성인 데다가 최연소였다.

“60대 단원도 계셨어요. 오랜 연주 경력을 갖고 계신 분들인 만큼 저도 배울 점이 많았죠. 언젠가 다시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고픈 생각도 있지만, 지금은 솔로로 경험을 쌓을 시간이다 싶어 돌아오기로 했어요.”

귀국 시점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이번 연주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청중이 일정 거리를 띄어 앉는다.

“좋은 연주를 들려드리려는 생각뿐이지 다른 건 신경 안 써요.”

그는 음악인이 아닌 친구를 만날 때마다 쥐스킨트의 소설 ‘콘트라베이스’(더블베이스의 다른 이름) 얘기를 한다.

“베이스 연주자인 주인공은 소심하고 눈에 잘 띄지 않게 묻혀 있는 존재죠. 저는 그렇지 않을 거예요. 이 소설과 반대되는 활발한 더블베이스 얘기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전석 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