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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R공포’ 넘어 ‘D공포’ 현실화되나…4월 CPI 0.8% 하락 충격

입력 | 2020-05-13 16:22:00

에너지 가격은 물론 전 부문에서 수요감소로 물가 하락
소비감소로 가격 하락하면 제품 생산중단·해고로 이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폐쇄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미국민들의 소비 지출이 크게 감소함에 따라 물가가 크게 하락하고 있다고 CNN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미 노동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4월에 두달 연속 하락했다. 계절조정을 거친 4월 미 소비자물가는 0.8% 하락해 2008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는 주로 휘발유와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것이지만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core)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0.4% 하락했다. 이는 1957년 노동통계국이 집계를 시작한 이후 월간 기준으로는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침체(Recession)’를 의미하는 ‘R공포’에 이어 ‘디플레이션(Deflation)’을 뜻하는 ‘D공포’가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CNN은 일반적으로 물가 하락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의 반대인 디플레이션이 매우 나쁜 소식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람들이 물건을 사지 않아 가격이 하락하면 제조업체들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가격을 책정할 수 없게 되고, 이는 결국 제품 생산을 중단과 근로자 해고로 이어지게 된다. 실직자가 늘어나면 수요가 계속 줄어드는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

미국 경제에서 디플레이션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12개월 동안 미국 물가는 0.3% 올랐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집 안에 머물라는 규제가 지속돼 미 경제가 큰 침체에 빠지게 되면 물가 하락은 피해를 더욱 크게 만들 수 있다.

국제 유가 폭락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가격 전쟁 및 석유 시장의 수요 부족이 겹치면서 야기됐다.여행 계획들이 취소되고 실직자들이 증가하면서 석유 시장은 수요 감소로 허덕이고 있다. 석유를 비축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지난달 석유 선물 가격을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에너지 가격의 하락이 물가 하락을 이끈 주요 원인이지만 에너지 부문만 가격이 하락한 것은 아니다. 의류, 자동차 보험, 항공료, 숙박료 등 거의 전 부문에서 수요 감소로 물가가 하락했다.

경제학자들은 규제가 풀리더라도 소비자들이 신중한 자세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소비 지출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식료품 가격은 1974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계란 가격은 16% 이상 상승했다. 임대료와 의료비도 소폭 올랐다.

경제학자들은 코로나19 위기가 디플레이션 효과를 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4월의 CPI 하락은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2%의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하는 미 연준으로서는 매우 나쁜 소식이다.

경제학자 살 과티에리는 “경기가 다시 살아나더라도 내년엔 높은 실업률과 낮은 상품 가격으로 핵심 물가상승률이 1%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준은 코로나19 위기 속에 시장을 안정시키고 경제를 돕기 위해 막대한 통화정책 부양책을 내놓았다. 경기부양책은 보통 인플레이션을 높여주지만 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경제학자 그레고리 다코는 지금은 물가 상승에 대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지난 3월 미국의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채무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집권 시절 이후 30여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미국민들이 실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SCMP는 4월 미 실업률이 14.7%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개인 소비 지출이 전체의 3분의 2을 차지하는 미국 경제에서 이러한 소비 지출 감소는 경제 회복에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하며 소비 지출이 회복되지 않으면 미국 경제의 V자형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