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K-6 불발은 공이 파손 때문”

○ K-6 미격발, 사건 당일 상부에 보고도 안 해
군은 북한군의 GP 총격 직후 대대장(현장지휘관)이 K-6 기관총의 원격 발사를 지시했지만 불발돼 대응사격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탄환 후미(뇌관)를 때려 격발시키는 K-6 기관총의 공이가 부서진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 이 때문에 GP 관측소 등에 피탄 확인 후 22분이 지나서야 K-3 기관총으로 첫 대응사격이 이뤄졌다. 합참 관계자는 “매일 총기 노리쇠의 이상 유무를 현장 점검하지만 공이 파손 여부를 파악하긴 쉽지 않다”며 “K-6 기관총의 기능 고장이 없었다면 10분 이내 (대응) 조치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13일 “대공화기인 고사총은 대공 유효사거리만 공식 인정되고 지상 유효사거리는 한미 군 공식 자료에도 없다”면서 “당시 합참 실무자가 대공 유효사거리를 혼돈해 설명하는 실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회 제출 자료도 실무자가 여러 책자 자료를 취합해 작성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류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공화기를 지상에서 수평으로 쏘면 사거리가 더 나갈 수밖에 없고, 고사총의 경우 수평 최대사거리가 8km에 달하는 데다 북한군이 오래전부터 GP에 배치, 운용한 사실을 잘 아는 군 실무자가 그런 착오를 했다는 게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우리 GP에 1∼2m 탄착군 형성됐는데도 ‘우발적 오발’ 고수
군에 따르면 북한군이 쏜 고사총의 탄흔 4개는 아군 GP 관측실 좌우 벽면 1∼2m 범위에서 모두 발견됐다. 총탄이 흩어지지 않고 한곳에 집중되는 ‘탄착군’을 형성한 것. 표적을 겨냥한 조준사격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군은 우발적 오발이라는 판단을 고수했다. 합참 관계자는 “남북 GP의 주요 화기는 항시 서로를 정조준한 상태로 운용된다”고 말했다. 근무 교대 과정에서 총기를 점검하다가 방아쇠를 잘못 당기더라도 상대 GP의 주요 부위에 총탄이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군의 속단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짙은 안개 등 나쁜 시계(視界)로 우리 군의 대북 관측이 제한되는 틈을 노려 우발을 가장한 도발을 감행했을 개연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군이 우발적 오발로 단정하고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모양새로 국민에게 비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