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순천린비료공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이번엔 김정은이 가짜라는 가짜 뉴스가 또 퍼지고 있다. 뉴스1
주성하 기자
첫째로 최근 대북 휴민트(내부 정보원) 시장은 극심한 가뭄이다. A급 정보는 고사하고 C급 정보도 얻기 어렵다. 정보에는 ‘양적인 변화가 축적되면 질적으로 변화한다’는 ‘양질 전환의 법칙’이 적용된다. 정보가 많을수록 이를 종합한 판단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다.
강력한 대북제재로 지난해 12월까지 해외 북한 무역일꾼, 근로자 대다수가 귀국하면서 정보원들이 대거 사라졌다. 코로나19로 북한이 1월부터 국경까지 폐쇄하면서 출장자도 없다.
둘째로 신뢰하기 어려운 메신저들이 급격히 늘었다. 과거엔 기자들이 정보를 듣고 검증했고 오보에 책임도 져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 중요한 정보 소스였던 탈북민들이 유튜브를 개설해 저마다 북한 정보를 전한다. 기자보다 더 치열하게 서로 속보 경쟁을 펼치며, 방송사를 본뜬 대담프로도 만든다. 이들은 정보 전달 훈련도, 오보에 대한 책임도 없다. 유튜브 같은 개인 미디어 동영상 서비스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도 책임 없는 1인 미디어 종사자를 급속히 늘렸다.
셋째로 편파적 대북 정보 수요층이 등장했다. 개인 미디어와 SNS 시장엔 팩트보다 ‘내 편이냐 아니냐’가 더 중요한 수십만 명의 구독자가 생겨났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나 세력을 비판하면 ‘내 편 미디어’가 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와의 전쟁에 필요한 분노의 소재다. 의혹을 계속 제공해주는 사람이 스타가 된다.
이런 수요층을 향해 가짜 뉴스와 비판 메시지를 적당히 버무리면 편파적 수요층은 환호한다. 북한 뉴스는 이런 수요층의 관심도가 매우 높다. 대북 정책에 대한 견해를 통해 내 편인지 아닌지를 쉽고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파적 수요층은 김정은 잠적 기간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는 유튜버에게 몰려가 ‘신고 테러’를 하기도 했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은 신고가 많은 유튜브 계정을 신뢰할 수 없는 계정으로 인지해 영상을 거의 노출시키지 않는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가짜가 뜨고 팩트가 가라앉는 것이다. 수십만 명의 세력이 수십억 명이 보는 서비스의 인공지능을 교란시킬 가능성도 있다.
넷째로 가짜 뉴스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튜브가 그러한데, 진짜와 가짜 정보, 상대에 대한 비판까지 섞은 10분 남짓한 논평을 자극적 섬네일과 격앙된 목소리로 만들면 조회수가 크게 늘어난다. 100만 명이 보면 200만 원 정도 번다.
처벌도 사실상 없으니 얼굴에 철판만 깔면 쉽게 돈을 번다. 가짜 뉴스인 것이 드러나도, 얻는 이익이 잃는 이익보다 더 크게 되면 가짜 뉴스는 막지 못한다.
다섯째로 기성 언론도 조회수와 시청률에 매달려 정보력이나 신뢰성, 의도 등에 대한 검증이 소홀했다. 가짜 뉴스임이 밝혀져도 ‘인용’을 했다며 책임을 지려 하지 않으니 불신을 자초한 면이 있다.
가짜 뉴스를 없애긴 쉽지 않다. 미국 회사인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나 몰라라 하고, 정치인들은 점점 극단적 지지 계층에 의존해 선동 정치에 매달린다. 이러니 대북 정보 시장의 미래도 암울하다. 과연 해답이 나올 수 있을까.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