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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패배서 빈틈을 보았다, 기다려라 오노”

입력 | 2020-05-14 03:00:00

[기다림은 기회다]남자유도 73kg급 간판 안창림




한국 유도의 간판 안창림이 자신이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라이벌 일본의 오노 쇼헤이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내년 도쿄 올림픽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1월 17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 훈련 개시식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안창림. 진천=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일본 오노 선수에게 6전 6패를 했지만 이제 그 선수는 속으로 ‘다음에는 어떤 기술로 넘기지’라고 고민할 거예요. 6패를 하면서 오노 선수가 체감하는 제 단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음 경기는 마음 편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 남자유도의 간판 안창림(26·73kg급·남양주시청)이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천적’ 오노 쇼헤이(26)를 꺾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당한 부상으로 올해 초까지 재활을 해야 했던 안창림으로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으로 인한 2020 도쿄 올림픽 1년 연기가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안창림은 올림픽 연기로 2018년 바쿠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때의 경기 감각을 찾고 체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 그는 “지난해 목과 발목 부상을 당해 한동안 선수촌에서 나와 치료에 전념했다. 올해 1월에야 회복됐기 때문에 올림픽이 연기되지 않았다면 경기 감각을 급하게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생겼으니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리는 세부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경기 운영에 있어서도 체력을 100% 다 쓰지 않고 필요할 때 힘을 주는 강약 조절 감각을 찾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 안창림은 올림픽 유도 경기가 열릴 도쿄 부도칸이 특별한 곳이다. 안창림은 “일본 전국유도대회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을 했던 체육관이다. 좋은 기억이 있지만 그런 생각이 앞서면 경기를 망칠 수 있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금메달 도전에 강력한 벽인 오노에 대한 부담은 털었다. 안창림은 2월 뒤셀도르프 그랜드슬램 73kg 결승에서 오노에게 허벅다리걸기 절반으로 6번째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확실하게 얻은 게 있다고 했다. 그는 “보통 일본 선수들은 변칙 스타일로 잡기를 하면 당황하는데 오노는 오히려 더 자신 있게 몸을 붙이고 들어오더라. 주특기를 ‘페이크’로 쓰고 변칙에 변칙을 이어가는 싸움을 집요하게 하면서 경기를 내 흐름으로 끌어가야 한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상대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은 중요한 멘털 관리 전략이다. 안창림은 “나도 늘 이기는 선수와 경기를 하게 되면 기술이 둔해지는 것을 느낀다. 오노도 그럴 것이다. 오노는 나에게 ‘그냥 일본에서 유도 잘하는 사람’이다. 오노만 생각하다가는 다른 선수에게 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5월이 되면서 소설 ‘데미안’을 읽고 지금이 유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임을 직감했다는 안창림. 요즘에는 알 수 없는 인생의 방향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한다고 했다.

“올림픽 금메달이 목표이지만 선수는 결과를 컨트롤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성실하게 과정에 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것으로 ‘안창림의 유도’가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