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학부모 성교육 가이드
“엄마, ‘성폭행’이 뭐예요?”
성(性)에 대한 자녀의 기습 질문은 부모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안 알려주자니 어둠의 경로로 배울까 걱정되고, 가르치자니 어느 정도까지 알려줘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최근 이른바 ‘n번방 사건’이 수면에 떠오르면서 어린 자녀들의 성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학부모들이 부쩍 늘고 있다. 그러나 관심의 동기가 단지 ‘너무 성에 집착하면 공부를 안 하니까’, ‘밖에서 사고 치면 골치 아플까 봐’ 등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성폭력 관련 뉴스를 보고 자녀가 질문한다면=최근 불법 촬영, 리벤지 포르노, 디지털 성범죄 등 다양한 성폭력 관련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녀들이 관련 질문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때 해당 사건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것보다 먼저 피해자에 대한 관점, 성적 자기결정권의 중요성 등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한 학급 내에서 동기 간 성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이 사건을 자녀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취해야 할 태도가 무엇인지를 교육해야 한다.
▽‘정자는 어떻게 여자 몸속에 들어가요?’라고 묻는다면=유치원 때까지는 ‘아이는 어떻게 만들어져요?’라고 묻지만 초등학생이 된 뒤에는 질문이 점점 구체적으로 바뀐다. 가장 쉬운 교육법은 과학적 사실을 꾸밈없이 알려주는 것이다. 남성의 정자가 여성의 질 안에 들어가는 과정을 ‘주사기’ 비유로 설명하면 편하다. 물론 더 좋은 대화법도 있다. ‘A는 B야’라는 설명식 답변보다는 “네가 알고 있는 건 어떤 건데?”, “그건 어디에서 배웠어?”라고 아이의 정보 수준과 출처를 파악하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해줘야 할까=성교육이 필요한 시점에는 가정에 성교육 책을 한두 권 구비해 두는 게 좋다. 아이가 궁금해할 때마다 함께 읽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그림이 많이 있는 자료가 좋다. 일부 학부모들은 ‘그림이 너무 적나라해 괜히 호기심을 부추기는 거 아닌가’라고 걱정하지만, 가장 안전한 성교육은 가정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명심하자. ‘거시기’ ‘고추’ ‘소중한 곳’이라는 간접적 표현보다는 ‘성기’ ‘음경’ ‘질’ 등의 용어를 그대로 쓰는 게 낫다.
▽아이가 ‘야동’을 보기 시작했다면=우선 용어부터 바꿔야 한다. ‘야동’이라는 용어는 불법 촬영물이나 불법 음란물을 가볍고 재밌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19금 영화’는 연령 제한에 따라 보면 안 되는 것이고, 그런 ‘19금’ 딱지도 없는 동영상은 불법적인 영상임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다그치듯 죄의식을 심어주어선 안 된다. ‘그것을 볼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를 묻고, 몸을 상품화하는 것의 위험성을 설명해 줘야 한다. 경제를 배우며 재화의 거래 개념이 생기는 초등 4, 5학년부터 가르치면 효과적이다.
▽내 아이가 자위를 한다고?=자위는 나쁜 게 아니다. 만일 자위하는 것을 발견했다면 ‘원칙’을 분명히 알려주자. 자위는 사적인 장소에서, 청결하게, 적당한 수준으로 하라는 것이다. 다만 강박적인 자위행위가 이어진다면 성행위가 아닌 심리적 문제로 봐야 한다. 등교 스트레스, 가정불화 등 감정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자위행위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경우엔 스트레스의 원인부터 제거해야 한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