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등 대표곡 다시불러
제주에서 만난 장필순은 “지난 31년간 발표한 한 곡 한곡이 다 알차다고 자부한다. ‘리워크’ 시리즈로 좋은 새출발의 테이프를 끊은 느낌”이라고 했다. 최소우주 제공
7일 제주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장필순(57)은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쏟아진 축복 같은 햇살에 잠시 눈을 감았다. 그를 북돋운 것은 “(그룹) 들국화 오빠들”이었다. 허스키한 목소리의 마력을 알아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데뷔 곡 ‘어느새’(김현철 작사 작곡)가 있었다.
“이거는 꼭 누나가 불러주셨으면 해요. 누나 주려고 만들었으니까.”
장필순의 안개꽃 같던 허스키는 조동익이 빚은 전자음 속에 더욱더 자욱해졌다.
“목소리조차 하나의 악기로 섞여들고 싶었거든요.”
‘햇빛’ ‘풍선’ ‘흔들리는 대로’ 같은 곡들이 가히 ‘디지털 중세 성가(聖歌)’와 같은 ‘아우라’로 재탄생했다. 김민기의 ‘철망 앞에서’는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모습을 TV로 보다가 다시 꺼내 다듬은 곡. “이 시기에 어울리는 좋은 곡인데 잊힌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장필순은 2018년 앨범 ‘soony eight: 소길花’로 이듬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을 수상했다. 하지만 신작 발표 못잖게 ‘Re:work(리워크)’ 작업을 평생의 숙제로 여긴다.
지난해 조동익과 레이블 ‘도이키 뮤직’을 세웠다. 지난해에야 혼인신고를 했으니 어찌 보면 신혼인 둘은 서로를 수니(순이), 도이키(동익이)라 부른다.
“언젠가 새로운 창작이, 하고픈 말이 마르더라도 함께 계속 할 일(‘리워크’ 시리즈)이 있어 행복해요.”
두 사람은 조동진의 ‘제비꽃’ 등 ‘리워크 2’에 실을 곡들도 준비하고 있다. 한때 남달리 거친 목소리를 수줍어했던 장필순. 그는 이제 누구보다 오랫동안 노래의 꽃밭을 가꿀 모양이다.
제주=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