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SK 와이번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LG 류중일 감독이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많은 것이 바뀐 KBO리그에 새로운 질문이 하나 등장했다. 올 시즌 본격 도입되는 서스펜디드 게임에 관한 것이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14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을 앞두고 흥미로운 화두를 던졌다. 그는 “어제 경기 도중 갑자기 든 생각이다. 우리가 크게 앞서다가 4회 비로 경기가 중단돼 다음날 서스펜디드로 열린다면 전날 선발투수에게 다음날도 계속 던지게 하는 것이 맞을까”라고 취재진에게 질문했다.
마침 15일에는 비가 예보돼있다. 류 감독은 “선발투수가 1이닝만 더 던지면 승리투수 자격이 되니까 당연히 던지겠다고 할 텐데, 이것을 허락해줘야 할지 말려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런 논의조차 없었다. 조만간 코치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눠봐야겠다”고 말했다.
갈수록 승리투수의 의미가 퇴색하는 현대야구지만, 그래도 아직은 투수에게 승리투수는 놓치기 싫은 훈장이다. 특히 통산성적까지 생각하는 선수라면 자신의 기록에 보탬이 되는 성적을 추가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감독과 팀의 입장은 다르다. 전날 4회까지 던진 투수에게 아무리 적은 투구이닝이지만 또 던지게 하면 위험부담이 크다.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 젊었을 때는 표시가 나지 않지만, 나이를 들면 혹사와 무리의 후유증은 반드시 온다. 류 감독은 현역시절 세이브왕 타이틀과 상금을 놓고 경쟁했던 임창용(당시 삼성 라이온즈)과 진필중(당시 두산 베어스)이 후유증으로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알기에, 가능하다면 이틀 연속 등판은 말리고 싶어 한다.
팀으로선 누가 승리투수가 되는 것보다는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고, 선수들이 탈 없이 오래 팀을 위해 뛰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측면에서 선발투수의 이틀 연속 등판은 막아야 하지만, 선수가 희망을 충족시켜주지 않았을 때의 부작용도 따져봐야 한다. 그래서 쉽지 않은 화두다. 류 감독이 ‘병 속에 놓인 새’ 같은 화두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