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도 선수도 싱글벙글.’ 상승세를 타고 있는 롯데의 숨은 비결은 바로 팀 분위기다. 야구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덕아웃 분위기가 거인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고 있다. 14일 사직구장에서 훈련 중 허문회 감독(마스크 착용)과 선수들이 소통하며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 사직|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롯데 자이언츠는 전통적으로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향이 강했다. 성적이 좋을 때는 기세가 한없이 올라가지만, 한 번 제동이 걸리면 추락폭도 급격했다. ‘덕아웃 분위기 사수’는 어느 감독에게나 중요한 덕목이지만 롯데 사령탑에게는 필수요소였다.
허문회 롯데 감독이 시즌 초반 이를 제대로 해내고 있다. KBO리그에서 보기 드문 자율야구가 롯데 선수단을 바꿨다.
롯데는 13일까지 7경기에서 6승1패를 거뒀다. 개막 5연승의 상승세가 12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 패배로 한풀 꺾이는 듯했지만, 13일 ‘캡틴’ 민병헌의 끝내기 아치로 되갚았다. 전문가들은 숫자 뒤에 숨어있는 롯데의 분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선수들이 야구를 즐기는 게 보인다는 의미다.
자율의 힘이다. 선수들은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 당시부터 “솔직히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훈련량이 적기 때문”이라고 염려했다. 허 감독의 철학이었다. 허 감독은 “캠프 때 기술적인 훈련보다는 철학 공유에 초점을 맞췄다.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전달하기 위해 3주간 매일 짧게 미팅을 했다”고 밝혔다. 자율을 강조하는 허 감독의 진심은 선수단에 전해졌다.
“모두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각기 다른 자신의 역할에만 몰두한다. 삼진을 당해도 ‘상대 투수가 잘 던진 것’이라며 서로를 격려하고, 안타를 맞아도 ‘상대 타자가 잘 친 것’이라고 위로한다. 사람이라면 ‘내가 왜 못 쳤을까’라고 자책하게 마련인데 그런 분위기가 없다. 나 역시 선수들에게 터치를 하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 이로 인해 느슨해진다면 스스로 책임지면 된다. 프로 15년 만에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다.” 민병헌의 이야기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