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美-유럽 ‘중증 염증질환’ 공포
“무사히 돌아와 다행이야” 코로나19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원인 불명의 아동 염증 증후군’에 걸린 뒤 회복한 8세의 제이든 하도워 군(가운데)이 12일 뉴욕소방국(FDNY) 응급구조대의 박수를 받으며 뉴욕 퀸스의 자택으로 돌아오고 있다. 13일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뉴욕주 내에서 이 질환과 연관된 어린이 염증 질환 102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AP 뉴시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레아 양(14)에게 일주일 전 나타난 증세다. 레아는 혈압마저 급격히 떨어지는 심부전 증세로 집 인근 아동병원의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병원 측은 “최근 아동들에게 유행하는 원인불명의 염증 증후군”이라고 진단 내렸다고 미 ABC뉴스는 전했다.
전 세계에서 고열과 발진 등을 동반한 중증 염증성 질환이 어린이들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 질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비롯됐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어 어린이도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 의료진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 질환의 원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탈리아 북부 베르가모의 파파 조반니23병원 소속 연구팀이 2∼4월 해당 염증증후군 어린이 환자 10명을 분석한 결과 8명은 코로나19 항체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환자들은 평균 7세로, 혈소판 수와 백혈구가 감소하는 전형적인 코로나19 감염 증세를 보였다. 10명 중 5명은 독성 쇼크가 추가되는 등 기존 가와사키병보다 증세가 심각했다. 예전에는 가와사키병 혹은 유사 증세를 보인 어린이 환자가 3개월에 한 번꼴로 발생할 만큼 희소한 병이었지만 최근에는 6일에 한 번꼴로 나타나 발병률이 30배로 늘어났다. 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어린이 1000명 중 1명이 해당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로렌조 단티가 박사는 “각국 정부는 봉쇄령을 해제하려 할 때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런던대 리즈 휘태커 연구팀도 이 질환이 △어린이들이 코로나19 감염 후 항체를 축적하는 면역 과정에서 유발되고 △5세 미만이 주로 걸리는 가와사키병과 달리 5∼16세에서도 발생하며 △지역 내 코로나19 정점 도달 후 3∼4주간 중점적으로 발생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해당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14일 “현재까지 국내에서 확인되거나 알려진 바는 없다. 주의 깊게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환자 중 혈전에 의한 합병증 자료를 취합해 검토해볼 계획이다. 김윤경 고려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앞으로 국내외 추세를 지켜보며 코로나19와 연관 고리가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강동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