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곳곳에서 개발 단계에 있는 코로나19 백신은 100종이 넘는다. 각국에 투입된 개발비용은 수백억 달러로 추산된다. 각국 간 활발한 정보 교류를 통해 하루 빨리 백신 개발을 개발한 뒤 전 세계에 유통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이달 초 유럽연합(EU)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74억 유로(약 10조 원)의 기금 모금을 추진했다. 공동의 노력으로 백신을 개발해 공공재로 쓴다는 목표를 세웠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노르웨이와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일본 등이 참여했다.
미국과 중국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국제 공조보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FT는 “미국과 중국은 국제 공조보다는 세계 첫 번째 백신 개발국이 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같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 이와 관련된 민족주의 부상과 다자주의의 쇠퇴가 뒤섞이면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은 현재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 개발국이 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연말까지 자국 내 수억 개의 백신이 공급될수 있도록 민관 프로젝트인 ‘오퍼레이션 워프 스피드’(Operation Warp Speed)를 가동했다. 중국 정부 역시 인민해방군 등 군까지 동원해 자국 민간 생명공학업체를 제휴시킨 후 인간 대상 임상 실험을 추진하는 등 백신 마련에 온 힘을 쏟고 있다.
WHO에 따르면 현재 임상평가 중인 후보 백신 8개 중 4개가 중국산일 정도다. 중국 관리들은 백신개발이 단순한 코로나 대책일 뿐 아니라 국가적 자부심, 나아가 중국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과열경쟁이 코로나19 사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각국이 정보 교류없이 속도전에 치우치다보면 안전성 검증이 미흡한 백신이 개발돼 코로나19 환자에게 치명적인 해를 줄 수 있다. 백신이 개발돼도 ‘공급’에 있어 심각한 국제적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중국처럼 경쟁적 개발 과정을 거치고 자국 내 공급과 이해관계를 우선시할 경우 향후 백신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 세계가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실제 신종플루(H1N1) 유행하던 2009년 유사한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호주 정부는 자국민 예방을 위해 미국에 대한 백신 수출을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그 결과 오바마 행정부 역시 가난한 국가에 백신을 기증하겠다는 약속을 연기했다. 각 정부가 자국 챙기기에 나서면서 가난한 빈국에는 백신공급이 이뤄지지 않았고, 그 결과 신종 플루 사망자는 세계적으로 57만5000명이 될 정도로 악화됐다.
여전히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백신 개발 시 이를 배포하는 방법과 순서 등에 대한 공식적인 국제 시스템이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프랑스에서는 자국의 대형 제약사인 사노피(Sanofi)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시 거액을 지원한 미국에 백신을 우선 공급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이 소식에 격노한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조만간 사노피 경영진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EU도 14일 성명을 통해 “코로나 백신은 국제적인 공공의 이익이 돼야 하며 접근 기회는 공평하고 보편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