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타임스 제공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더 나아가 거리의 한계는 인간이 도달하지 못하는 곳으로 발전해 갔습니다.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이 1869년에 쓴 공상과학 소설 ‘해저 2만 리’에서 주인공 네모 선장은 최신예 잠수함 노틸러스호를 타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합니다. 후에 과학의 발달로 해저 2만 리가 현실이 됐을 때 미국은 최초의 원자력잠수함에 노틸러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제 거리의 한계는 달나라까지 도달하는 쾌거를 이루어냈죠.
이렇게 우주여행까지도 꿈꾸던 인류가 요즘은 거리의 한계를 다시금 실감하고 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또는 ‘생활 속 거리 두기’가 실천되고 있다 보니 생활 반경이 원마일(약 1.6km) 이내로 좁아졌습니다. 가벼운 운동을 하더라도 멀리 가지 못합니다. 동네 뒷산이나 공원이 전용 헬스클럽입니다. 외식을 하러 나가도 조그마한 근처 식당이 맘 편하고 음식을 포장해 오기도 좋죠. 배달을 시킬 수도 있지만 가까운 거리는 산책할 겸 직접 가기도 합니다.
구김 없는 부드러운 소재, 넉넉한 사이즈 등 편안함에 몇 가지 팁만 더해도 원마일 웨어가 탄생합니다. 아무 무늬가 없는 원마일 웨어는 절대 위아래 세트로 입지 마세요. 만약 세트로 입는다면 로고나 글씨가 새겨진 티셔츠를 레이어드하면 멋스럽습니다. 그리고 상의와 하의에 길이 차이를 주세요. 긴팔 상의에는 반바지를 매치하고, 반팔 상의에는 긴팔 니트나 셔츠를 두르고 긴바지를 입으세요. 이때 톡톡 튀는 색상의 양말이나 스니커즈로 포인트를 주면 옷에 금세 생기가 돌죠. 모자를 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모자가 달린 상의에도 챙이 있는 모자를 써보세요. 아이돌 스타의 공항패션 못지않습니다. 요즘 가까이 하기에는 먼 우리지만 원마일 웨어로 조금이나마 소소한 즐거움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