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4월까지 일자리를 잃었지만 다시 취직하지 못한 실직자가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고용시장 타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걸 보여준다. 서비스업에서 시작된 고용 충격이 제조업으로 확산될 조짐에 정부는 추가적인 고용유지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17일 미래통합당 추경호 의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4월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는 207만6346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이번 분석 결과는 실직 뒤 다시 취업하지 못한 채 실업자 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사람을 모두 집계한 것으로 실업 현황을 더 자세하게 보여준다.
특히 이 기간 비자발적 실직자가 104만472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1% 늘었다. 학업이나 건강 등 본인의 사정으로 일을 그만둔 것이 아니라 계속 일하고 싶은데 원치 않게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가 급증한 것은 그만큼 생계 위협을 받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실직한 사례도 많았다. 전체 실직자 가운데 86만6368명(41.7%)이 가구주였다. 또 실직자 10명 중 6명(62.8%)은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했던 것으로 조사돼 영세업체 직원일수록 피해가 컸다. 이 기간 가게 문을 닫은 자영업자 14만6015명 가운데 대부분(11만3784명)은 고용원이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였다. 장사가 안돼 종업원 수를 줄이며 버티다가 결국 폐업한 사람이 많았다는 의미다.
실업은 대표적인 경기 후행 지표로 올 2분기(4~6월)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4월까지는 대면 접촉 기피로 인한 서비스업 중심의 충격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른 수출 제조업 중심의 2차 충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는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그로 인한 고용 충격이 6월 무렵 제조업 중심으로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정부도 이 같은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음달 초 발표할 하반기(7~12월) 경제정책방향에 고용 유지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담을 계획이다. 이미 발표한 고용유지지원금 확대와 공공일자리 등 신규 일자리 창출 방안 등에 이어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거나 세무조사를 유예해주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용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보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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