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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파워기업]차량 인쇄물에 독보적인 47년 전통의 특수인쇄 강소기업

입력 | 2020-05-18 03:00:00

<116> 대한이화
볼보 등 건설장비 라벨에 특화… 정밀측정기 등 고가 장비 갖춰
기계-자재 성능시험 자체 해결… 환경경영으로 사회적 기업 역할




구동욱 대한이화 대표(왼쪽)가 직원과 함께 스크린인쇄판의 제작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1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대한이화. 품질관리실 직원 7명이 검사대에 올려진 인쇄물을 하나씩 손에 들고 꼼꼼히 살폈다. 워낙 일에 몰두한 탓에 누군가가 방에 들어온 낌새를 못 느끼는 직원도 있었다. 구동욱 대한이화 대표(40)는 “모든 공정이 마무리된 인쇄제품 약 2만 개를 매일 전수 검사한다. 기계 오류로 간혹 발생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인쇄 과정에서 미세한 먼지가 달라붙어 선명도가 떨어지는 아주 작은 흠결까지 찾아내 완벽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대한이화는 1973년 대한명판이라는 작은 인쇄업체로 출발했다. 회사가 위치한 곳은 제조업이 왕성하던 1970년대부터 ‘범내골 인쇄골목’으로 불린 지역. 인터넷 발달로 인한 종이 인쇄업의 쇠퇴로 이젠 디자인으로 정평이 난 몇몇 회사와 특화된 인쇄 기술을 보유한 일부 업체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이화는 차량 차체와 부품에 부착되는 인쇄물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주요 고객은 볼보건설기계코리아로 굴착기 등 중장비에 붙은 흰색의 ‘VOLVO’라는 라벨이 대한이화의 제품이다. 구 대표는 “극한 기후 환경에서 작업하는 건설장비의 라벨은 특화된 기술이 필요하다. 대한이화는 7년 이상 변색·퇴색이 없음을 보증하는 중장비기기 전용 특수자재와 잉크를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에어백 경고 라벨, 차량 배터리용 주의 라벨 등도 만든다. 이를 위해 유럽 미국 완성자동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한 필수 인증인 ‘ISO TS16949’를 보유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LG화학, 클락머티리얼핸들링 등도 주요 거래처다.

회사 경쟁력은 높은 기술력이다. 다수 경쟁사가 비용 문제로 기계나 자재의 성능시험을 외주로 맡기는 것과 달리 대한이화는 자체 연구소를 운영한다. 항온·항습 테스트 챔버, 인장 강도기, 고온 시험기, 항온 수조, 비접촉 정밀측정기 등 수십억 원 상당의 시험 장비를 갖추고 있다. 회사 전통이 긴 만큼 보유한 인쇄기계 라인업도 꽤 넓다. 구 대표는 “명판오프셋, 네임플레이트, 실크스크린 등 특수 공법이 요구되는 대부분의 인쇄 작업을 직접 한다”고 말했다. ‘ISO 14001’ 등 다양한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에다 최근 에코바디스의 지속가능성 평가에서 ‘브론즈 등급’을 획득하며 환경경영 등에 노력하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한양대 응용화학과를 졸업한 구 대표는 창업주인 아버지를 이어 2016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와 리먼브러더스 사태라는 큰 위기를 잘 헤쳐 나왔다. 회사 운영을 맡은 뒤부터 매년 10∼15% 성장 중이며 2025년까지 80억 원 정도의 매출액 달성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최근의 위기 속에서도 전기차 시장이 급부상하는 모습을 보면서 2년 전부터 LG화학에 납품을 시작한 전기차 배터리 라벨의 매출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또 공공기관의 발주사업, 대형 인쇄광고, 아크릴 기념품 등 각종 소비재 시장처럼 아직까지 발을 들여놓지 않은 분야에서 도전을 준비 중이다. 구 대표는 “환경과 안전을 강화하는 사회 트렌드 변화에 맞춘 다양한 제품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고 상상하는 모든 인쇄물을 가장 좋은 품질로 구현하는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