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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트럼프 겨냥… “코로나 팬데믹인데 책임지는 척도 안해”

입력 | 2020-05-18 03:00:00

트윗 공격에 맞대응 수위 높여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연일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후임자 비판을 자제하던 그가 사실상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대신 트럼프 공격을 주도하면서 11월 대선이 ‘트럼프 대 바이든’ 대신 ‘트럼프 대 오바마’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16일 전통흑인대(HBCU) 합동졸업식의 영상 축사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좋은 리더십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며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을 것이란 생각을 무너뜨렸다. 일부는 책임지는 척조차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멋진 직함과 중요한 임무를 가진 사람들이 일을 망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특히 2월 조깅 중 도둑으로 오인받아 백인 부자(父子)의 총탄에 숨진 흑인 청년 아머드 아버리를 언급하며 “코로나19 사태는 흑인 사회가 이 나라에서 겪는 근본적인 불평등을 부각시켰다. 흑인이 조깅을 하러 나왔을 때 일부 사람들은 그 흑인을 멈춰 세우고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총으로 쏠 수 있다고 느낀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는 우리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때에만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미 언론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날 축사 및 아버리 사건 언급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흑인 표심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9일 공개된 통화 음성파일에서도 “정부 안에 이익을 따지고 남들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식의 생각이 작동하면서 완전히 혼란스러운 재앙이 됐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했다.

발끈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오바마 전 대통령 비난으로 응수하고 있다. 최근 트위터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 역사상 최악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그 범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설명할 필요도 없이 명백하다. 신문을 보면 여러분 모두가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초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마이클 플린이 오바마 정권 막바지에 벌어진 연방수사국(FBI)의 함정 수사에 걸렸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FBI 내부 메모 공개를 ‘오바마 게이트’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러시아 스캔들 관련 위증죄로 기소된 플린을 사면하겠다는 뜻도 거듭 내비치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