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설립된 HUG는 주택 분양, 임대보증금, 전세보증금 등의 보증 업무를 도맡는 공기업이다. HUG 독점 문제가 최근 도드라진 건 여러 재건축·재개발 사업들이 HUG와 마찰을 빚으면서다. HUG는 ‘보증 리스크 관리’라는 이유로 서울, 경기 과천시 등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보증 전에 분양가를 심사하고 있다. 높은 분양가로 주변 아파트 값을 자극하지 못하게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는 셈이다.
▷HUG가 보증을 서주지 않으면 사업 진행이 불가능해진다.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조합은 1만2000가구의 대단지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HUG와 분양가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사업이 지체되고 있다. 수수료 수입으로 지난해에만 4850억 원의 영업이익을 챙기면서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상전 노릇’을 한다는 게 건설업체와 재건축 조합들의 불만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HUG 요구에 맞춰 분양가를 낮춘 아파트는 당첨만 되면 수억 원대 차익을 올릴 수 있는 ‘로또 청약’이 된다.
▷HUG로선 억울한 면이 있다. 정부 정책을 충실히 수행한다는 이유로 비판의 타깃이 되기 때문이다. 경쟁체제 도입으로 시장에 새로 들어오는 민간업체가 높은 수수료를 챙기려고 고가 아파트 분양에 집중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 건설업체의 수수료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 ‘보증 독점’이란 수단으로 아파트 값을 언제까지나 억누를 수 없다는 건 정부나 HUG 관계자들도 잘 알고 있다. 정부와 여야는 21대 국회에서 시장의 문을 여는 쪽으로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