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정희는 ‘완벽한 주부의 대명사’로 통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족쇄가 됐고, 안간힘을 쓰며 버텼던 결혼 생활은 실패로 끝났다.
그 후 5년. 상처는 치유된 듯해도 푸르스름한 멍자국이 남아있다. 심플해지려고 노력했으나 여전히 군더더기가 남았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온전한 나와 마주하며 사는 일이 가능해졌다는 것.
19세에 임신하며 남들과 다른 코스로 결혼을 했고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았던 그녀가 혼자 보내면서 깨달은 지혜와 독립 생활의 서글픈 넋두리가 담겼다.
서정희 인생의 ‘베프’(베스트프렌드)인 딸 동주에 대한 이야기도 실렸다.
딸에 대한 마음은 시종 애틋하다. ‘이혼한 모녀’라는 또다른 낙인이 찍히는 게 두려웠으나 딸은 엄마의 이혼을 독려했다. 엄마 역시 딸의 이혼 결정에 두말하지 않고 수긍했다.
딸이 철들 무렵, 한집에 살면서 좋지 못한 부부 생활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유학을 보냈고, 결과적으로 잘 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주변 여건때문에 나이보다 일찍 철든 딸이 안쓰럽지만 자신과 다르게 자유분방하고 씩씩한 모습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사회적인 나이로 예순 즈음이 되면 삶이 단출해진다고 한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해보니 별거 아니네’라는 자세로 인생을 관망할 수 있게 된다고. 이제 겨우 드라마 보는 재미를 알았고, 유행가가 가진 보편성의 힘을 알았다.”
이제 거칠 것도 없다. 이 모든 게 이혼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지만 그녀는 이 책이 ‘이혼 권장 도서’가 아님을 강조한다.
“혼자가 되고 비로소 진짜 나와의 동거가 시작됐다. 타인의 시선과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 바르게 나와 마주하는 훈련을 하는 중이다. 이 책에서는 함께 살면서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혼자 사는 방법에 대하여 얘기할 계획이다.”
불행 속에도 행복이 있어, 견디며 표류 중인 이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하려는 이들에게는 “너무 애쓰며 살지 말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변화는 대단한 것이다. 그동안 감추고 살았던 철딱서니 없는 내 모습을 더는 미워하지 않게 됐다. 나를 완전히 사랑하지는 못하더라도 인정하고 용인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 내 맘대로 살 거야.”
264쪽, 1만4900원, 몽스북.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