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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는 족족 500만 조회수…구독자 230만 ‘장삐쭈’의 영감 원천은?

입력 | 2020-05-18 13:46:00


장삐쭈 유튜버 사단 인터뷰 장삐쭈를 취재했지만 장삐쭈는 없다. 장삐쭈의 신상은 비공개다. 대신 장삐쭈 작가의 캐리커쳐와 어시스턴트들이 자신의 캐릭터에 맞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silverstone@donga.com

찰진 대사, 귀에 때려 박는 목소리, 어디선가 본 듯한 얄미운 캐릭터.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친 대학 선후배가 약속을 잡다가 “우리 죽기 전에 꼭 만나자”로 귀결되거나, 싸움이 붙은 두 조폭이 친한 형님들의 이름을 늘어놓다가 본인이 키우는 강아지로까지 대화가 흘러가는 3분 분량의 영상은 올리는 족족 500만 조회수를 넘긴다. 현실을 빼닮은 ‘매운 맛’ 애니메이션 유튜브 채널 ‘장삐쭈’의 특징이다.

그의 ‘저 세상 드립력’에 사람들은 열광하지만 그를 ‘또라이’라는 단어 안에 가두기는 아깝다. 장삐쭈 채널을 시작한 장진수 씨(28)는 2016년 기존 애니메이션에 본인의 목소리를 입힌 ‘병맛 더빙’을 시작으로 3년 반 만에 구독자 230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가 됐다. 직접 대본을 쓰고 영상 속 모든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혼자 더빙하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다. 그의 영상에 심심찮게 보이는 댓글이 있다. ‘장삐쭈는 천재다.’

천재와 또라이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장 씨를 14일 서울 강남구 샌드박스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만났다. 백수 시절 우울증의 끝자락에서 대추청 사업을 시작한 그는 제품 홍보 영상을 만들기 위해 시험 삼아 ‘보노보노’ 더빙 영상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살벌하게 비속어를 뱉어내는 동영상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구독자가 2000명을 향해가던 때 유튜버 ‘도티’가 세운 엔터테인먼트 샌드박스에 합류했다.

“유튜브가 조회수 1회 당 1원을 번다는 낭설만 돌던 미지의 플랫폼이었어요. 유튜브 월수입이 110만 원, 대추청 사업 월수입이 180만 원이던 때 유튜버로 전향했어요. 일찌감치 가능성을 발견한 게 인생을 바꿨죠.”

장 씨의 영감의 원천은 관찰이다. “일생을 관찰자로 살았다”는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을 과장해 따라했다. 가족 모임에서 큰 아버지를 따라해 용돈을 받고 군대에서는 대대장을 따라해 포상휴가를 얻으면서 사람들을 웃기는 것에 재미도 붙였다. 관찰을 통해 축적한 다수의 자아는 ‘토 하듯 떠오르는’ 아이디어의 근원이 됐다.

“짜증나는 사람의 특징을 뽑아 흉내냈어요. 생김새는 다르지만 그 안에 있는 자아는 서로 닮아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들을 따라하니 ‘내 주변에 이런 사람 있어’라며 공감했죠.”

기존 애니메이션 더빙은 장 씨의 원맨쇼였다면 창작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팀워크가 중요해졌다. 더빙과 애니메이션, 스토리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해서다. 4명의 애니메이터와 1명의 보조 작가로 구성된 ‘스튜디오 장삐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커뮤니티에서 재밌는 ‘밈(meme)’을 발견하면 새벽에도 카카오톡 대화방에 공유한다. 수다를 떨다가 나오는 대사 한 줄이 콘텐츠로 이어지기도 한다.

첫 창작 캐릭터 ‘안기욱’은 지적재산권(IP)을 강화하려는 스튜디오 장삐쭈에게 이정표와 같은 존재다. ‘급식체’를 쓰는 신입사원 캐릭터 안기욱은 tvN의 ‘SNL’에 방송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이모티콘으로도 제작됐고, ‘급식생’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1248만 회를 기록 중이다. 팀원들을 캐릭터화 한 ‘스튜디오 장삐쭈’, 사회 풍자와 유머를 함께 담는 ‘쿠퍼네 가족’ 등을 통해 자체 IP를 강화하고 있다.

“바닥부터 시작했던 장삐쭈가 ‘안기욱’으로 포털 실시간 검색어 7위까지 올랐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죠.”

장삐쭈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포털에 장삐쭈를 검색했을 때 ‘장삐쭈 실물’이 연관검색어로 뜰 정도로 그의 얼굴은 베일에 가려 있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그 답다. 재미와 반전을 노린다.

“당연히 여러 사람이 목소리를 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장삐쭈라는 존재를 알게 되는 순간 ‘이 목소리를 한 사람이 다 낸다니’라고 까무러치게 놀라는, 반전의 즐거움을 주고 싶어요.”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