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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금천구 독산로 시흥초등학교.
여느 초등학교처럼 이 초교 주위로 ‘스쿨존’으로 표시돼있다. 시속 30㎞ 이상 속도를 내면 안 되고, 주정차도 함부로 할 수 없단 뜻이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왕복 2차로쯤 되는 너비의 길이 주차된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도로 곳곳 스쿨존 표시가 무색할 정도였다.
이렇다보니 주차 차량 사이에서 사람이 튀어나오면 대처하기가 쉽질 않았다. 실제로 한 승용차는 서행 중이었지만, 갑자기 아이와 엄마가 모습을 드러내자 ‘끼익’하고 급정거했다. 동행한 이성렬 삼성교통안전연구소 수석연구원은 “3월 ‘민식이법’이 본격 시행됐지만 이렇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각 학교 상황에 따라 ‘맞춤 처방’이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이 연구원의 진단은 현장을 나가보면 확연히 느껴진다. 함께 돌아본 서울 초등학교들은 모두 지리적 조건에 따라 위험요소가 달랐다. 아무래도 새로 생긴 학교들은 안전 환경이 나쁘지 않지만, 민식이법만으로는 사고 발생을 막기 어려워 보이는 곳도 적지 않았다.
2014년부터 5년 동안 국내 스쿨존 보행자 사고 건수는 2014년 452건에서 2018년 377건으로 조금씩 줄어왔다. 특히 길을 건너다 벌어지는 사고는 많이 줄었다. 하지만 시흥초처럼 인도·차도 구분이 없거나 애매모호한 지역은 같은 기간 큰 변화가 없었다.
특히 보도와 차도를 분리하는 ‘보차 분리’가 되지 않으면, 이동 차량에 대한 경계 없이 갑자기 뛰어드는 어린이들이 특히 위험하다. 이 연구원은 “도로 주변에 보도를 설치하고 가능하면 안전 펜스도 설치하는 게 스쿨존의 정석”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도로 폭이 좁은 시흥초는 인근 다세대주택의 주차 차량이 많아 별도 보도를 설치할 공간이 협소했다. 시흥초의 한 학교보안관은 “등·하교 시간에는 정문 밖 큰 길로 나와 교통안전지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순히 스쿨존 문제만도 아니었다. 시흥초 주변 도로는 구불구불하고 경사가 심해 보행자의 안전을 지키기 어려운 구조였다. 직접 200m 정도 걸어서 학교까지 가보니, 주차차량은 물론 지하주차장 입구도 여러 곳을 지나야 했다. 아침 출근길에 오른 차량과 등교하는 학생들 동선이 겹칠 수밖에 없었다.
자녀를 차에 태워 등교시키는 부모들도 이 도로를 많이 이용한다. 한 학부모는 “실은 학교로 연결되는 왕복 2차로 도로가 따로 있긴 하다. 하지만 이쪽 통행로가 훨씬 빨리 도착해 이쪽으로 많이 몰려 위험하다. 가끔 역주행하는 차량도 없지 않다”고 귀띔했다.
직접 차를 타고 학교 인근 돌아보니 위험성은 더 크게 느껴졌다. 길이 좁다보니 시야 확보도 쉽지 않았고, 보도와 차도의 구분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어디서 사람이 등장할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이 연구원은 이럴 경우 도로 재질에 변화를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도로가 좁아 보도 설치 공간이 부족할 경우엔 울퉁불퉁한 재질로 도로를 포장해 운전자가 승차감이 다르게 느낀다”며 “자연스레 스쿨존을 인식하면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끼게
● 아이들 통학 환경 복합적으로 고민해야
하지만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면일초은 학교 뒤편 도로가 안전에 취약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도로 가장자리에서 노상주차장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와 한쪽 면이 맞닿아 있는 체육문화센터에 딸린 주차장이었다.
현행법은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주 출입구와 연결된 도로의 노상주차장만 불법으로 규정한다. 면일초 뒤편 도로의 노상주차장은 엄밀히 말해 합법이다. 하지만 합법 불법과 상관없이 이런 노상주차장은 아이들의 안전을 저해한다. 인근에 있는 한 가게 주인은 “원래 이쪽으로 아이들이 많이 등교하는데, 차들의 이동 동선과 맞물려 위험해 보인다”고 했다.
때문에 최근 정부 정책은 스쿨존 내에는 노상주차장을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7일 “스쿨존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노상주차장 48개소를 상반기애 완전히 폐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