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해외 현장경영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같이 말하며 또다시 ‘미래’와 ‘위기’를 강조했다. 끊임없이 미래로 나아가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 중국 시안(西安)에 있는 삼성 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이 부회장은 시안 제2공장 증설 현장을 살펴봤다. 방진복을 입고 가동 라인을 둘러본 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 및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반도체(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의 중국 방문은 코로나19 사태 속 해외 현장 경영이라 더욱 화제를 모았다. 지금은 글로벌 항공망이 마비됐고, 각국마다 자가 격리 기준이 높아 기업인의 해외 출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 역시 올해 2월 삼성전자 브라질 마나우스 사업장을 방문한 뒤 발이 묶였기 때문에 이번 중국 방문은 100여 일 만의 첫 해외 현장경영 행보였다.
이번 출장은 ‘한중 기업인 신속통로(입국절차간소화)’ 제도를 이용했기에 가능했다. 양국 외교당국의 합의에 따라 이달부터 중국을 찾는 기업인은 출국 전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중국 내 14일간 의무격리가 면제된다. 이 부회장뿐 아니라 시안을 찾은 진 사장, 박 사장 모두 출국 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에서도, 귀국 후에도 코로나19 ‘음성’이어야 국내 자가 격리도 면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도 현재의 위기를 이겨내기 쉽지 않은 현실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내비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현재 내우외환 상황이다. 반도체 사업마저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검찰 수사 등으로 인한 부담이 커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는 데 한계를 느낄 것”이라고 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