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의 한 음식점에서 종업원이 주말 점심시간에 텅 빈 매장을 바라보는 모습.
한성희 사회부 기자
16일 정오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한 만둣집. 종업원 A 씨(61·여)는 열어둔 문 밖에 펼쳐진 풍경을 보며 허무해했다. 주말이면 터져나갈 듯 북적거렸던 거리는 인적이 끊겼다. 약 33m²(약 10평) 크기의 매장 내 20개 좌석도 텅 비긴 마찬가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상이 줄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건만.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이 벌어진 뒤 매상은 ‘제로’ 수준이 돼버렸다.
이 만둣집은 초기 확진자가 나온 클럽들에서 50m 정도 떨어져 있다. 24시간 운영해 주말이면 ‘클러버’들이 줄을 설 정도로 꽤 알려진 맛집이다. 많을 땐 하루 매출이 600만 원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게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A 씨는 “우리 가게에 확진자가 들른 것도 아닌데 아예 사람이 없다. 심지어 배달 주문조차 끊겼다”고 토로했다.
함께 들른 일행 가운데 5명이나 확진자가 나왔던 마포구의 홍익대 주점 ‘△△포차’ 인근도 썰렁하긴 마찬가지였다. 16일 오후 6시경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주점에서 약 200m 떨어져 있는 국숫집에 갔더니 “하루 종일 손님은 코빼기도 못 봤다”고 했다. 사장 B 씨(47)는 “오늘 가게를 연 뒤 지금까지 냉장고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내다버린 게 유일한 일과”라며 “시에서 ‘소독을 하고 나면 안전하다’고 홍보라도 좀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도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했던 업소라도 방역을 마치면 바이러스가 바로 소멸해 감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방역당국 등이 확진자가 나온 지역의 업소들이 소독 이후 안전하다는 점을 알리는 데 소극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는 현재 홈페이지에서 소독을 마쳐 이용해도 안전한 방역안심시설을 ‘클린존’ 코너에서 소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체감이 어렵다는 지적에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18일 “소독을 한 업소를 이용해도 안전하다는 홍보가 소극적이란 지적을 받아들여 더 적극적으로 알릴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고민은 모두가 필요하다. 코로나19로 불안한 마음은 누구라도 같다. 그렇다고 피하고 외면하기만 해선 벼랑으로 떠미는 것과 다름없다. 작게나마 힘을 보태려, 내일 점심 약속은 이태원에서 잡아야겠다.
한성희 사회부 기자 che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