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득 만화가 그림
권용득 만화가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국가가 우리 집 세 식구한테 그동안 수고했다고 맛있는 밥 한 끼 사주는 느낌이랄까. 갑자기 없던 애국심이 마구 샘솟고 이 한 목숨 나라를 위해 기꺼이 갖다 바치고 싶어질 만큼 ‘꽁돈’의 위력은 어마무시했다. 생산성도 평소보다 높아졌다. 지지부진하던 원고 진도가 쭉쭉 나가기 시작했고, 근사한 만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도 다시 생겼다. 나처럼 비생산적인 인간이 이 정도면 다른 직종 노동자들은 어떨까 싶었다.
기본소득, 사실 반신반의했는데 이참에 진지하게 논의해봤으면 좋겠다. 우리사회 어느 한쪽에서는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그 돈으로 베짱이처럼 가만히 놀고먹는 인구가 많아질 테고, 그럼 나라가 파산한다며 기본소득 도입을 극구 반대한다. 과연 그럴까? 그 기본소득이 비정규직 노동자든 정규직 노동자든 비인간적인 대접을 굳이 견딜 필요 없게 만든다면? 부당하게 해고당하기 전에 먼저 그만두게 만든다면? 월세를 마련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던 누군가를 그 절망으로부터 구제할 수 있다면?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종잣돈이 될 수 있다면?
마크 트웨인이 그랬다. 인생에서 성공하는 비결 중 하나는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힘내서 싸우는 것이라고. 말하자면 기본소득이 사람들로 하여금 힘내서 싸우도록 부추길 수 있다면, 자립의 욕망을 부추길 수 있다면 반대할 까닭이 없다. 단, 이왕이면 가구주 말고 개인별로 주자. 가구주랑 사이 안 좋은 가구원은 돈 때문에 갑자기 화해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얼마나 곤란하겠나. 이를테면 우리 집 가구주인 아내와 한바탕 크게 싸웠는데 평양냉면 먹고 싶으면 나더러 대체 어쩌란 말인가. 다시 말해 화해나 용서 따위 없이 만날 싸우더라도 생각이 다른 저마다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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