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맛 더빙’ 시작 3년반만에 230만 구독자 보유 ‘장삐쭈’ 장진수씨 사업 홍보 영상 만들다 유튜버 전업 샌드박스 손잡고 본격 캐릭터 사업 ‘신입사원 안기욱’ 폭발적 반응
‘스튜디오 장삐쭈’의 윤성원 박준영 안류천 허혜원 정대준 씨(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가 14일 서울 강남구 샌드박스네트워크에서 모였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리더 장삐쭈는 가운데 화면 속 팔짱 낀 인물이 대신했다. 허 씨는 장삐쭈를 도와 시나리오를 쓰며 나머지 네 명은 캐릭터 애니메이터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그의 ‘저 세상 드립력’에 사람들은 열광하지만 그를 ‘또라이’라는 단어 안에 가두기는 아깝다. 장삐쭈 채널을 시작한 장진수 씨(28)는 2016년 기존 애니메이션에 본인의 목소리를 입힌 ‘병맛 더빙’을 시작으로 3년 반 만에 구독자 230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가 됐다. 직접 대본을 쓰고 영상 속 모든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혼자 더빙하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다. 그의 영상에 심심찮게 보이는 댓글이 있다. ‘장삐쭈는 천재다.’
천재와 또라이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장 씨를 14일 서울 강남구 샌드박스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만났다. 백수 시절 우울증의 끝자락에서 대추청 사업을 시작한 그는 제품 홍보 영상을 만들기 위해 시험 삼아 ‘보노보노’ 더빙 영상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귀여운 캐릭터들이 살벌하게 비속어를 뱉어내는 동영상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구독자가 2000명을 향해 가던 때 유튜버 ‘도티’가 세운 엔터테인먼트 샌드박스에 합류했다.
‘장삐쭈’와 캐릭터들. 장삐쭈가 손으로 잡고 있는 하늘색 넥타이에 검은 양복의 ‘안기욱’은 스튜디오 장삐쭈의 첫 창작 캐릭터다. 청소년이 즐겨 쓰는 말을 뜻하는 ‘급식체’에 능한 신입사원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샌드박스네트워크 제공
“짜증나는 사람의 특징을 뽑아 흉내 냈어요. 생김새는 다르지만 그 안에 있는 자아는 서로 닮아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들을 따라 하니 ‘내 주변에 이런 사람 있어’라며 공감했죠.”
기존 애니메이션 더빙은 장 씨의 원맨쇼였다면 창작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팀워크가 중요해졌다. 더빙과 애니메이션, 스토리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해서다. 장삐쭈와 4명의 애니메이터, 1명의 보조 작가로 구성된 ‘스튜디오 장삐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커뮤니티에서 재밌는 ‘밈(짤방·meme)’을 발견하면 새벽에도 카카오톡 대화방에 공유한다. 수다를 떨다가 나오는 대사 한 줄이 콘텐츠로 이어지기도 한다.
창작 캐릭터 ‘안기욱’은 지식재산권(IP)을 강화하려는 스튜디오 장삐쭈에 이정표와 같은 존재다. ‘급식체’를 쓰는 신입사원 캐릭터 안기욱은 tvN의 ‘SNL’에 방송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이모티콘으로도 제작됐고, ‘급식생’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1248만 회를 기록 중이다. 팀원들을 캐릭터화한 ‘스튜디오 장삐쭈’, 사회 풍자와 유머를 함께 담는 ‘쿠퍼네 가족’ 등을 통해 자체 IP를 강화하고 있다.
장삐쭈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포털에 장삐쭈를 검색했을 때 ‘장삐쭈 실물’이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로 그의 얼굴은 베일에 가려 있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그답다. 재미와 반전을 노린다.
“당연히 여러 사람이 목소리를 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장삐쭈라는 존재를 알게 되는 순간 ‘이 목소리를 한 사람이 다 낸다니’라고 까무러치게 놀라는, 반전의 즐거움을 주고 싶어요.”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