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단속 최저수치인 0.03%로 운전하다 사고 윤창호 법 이전엔 음주운전 해당 안 되는 수치
음주운전 단속기준 최저 수치인 혈중 알코올농도 0.03%에서 운전을 하다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5일 오전 3시 39분경 강원 화천군 화천읍 461번 지방도에서 도로변을 걸어가던 A 씨(49)가 B 씨(63)가 몰던 1t 트럭에 치였다. 이 사고로 A 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는 혈중 알코올농도 수치가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0.03%인 것으로 나타났다. B 씨는 전날 저녁 술을 마신 뒤 잠을 잤고 술이 깬 것 같아 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다.
B 씨의 혈중 알코올농도 수치는 공교롭게 단속기준의 최하한선인 0.03%. 개정된 도로교통법(일명 윤창호법)이 지난해 6월 25일 시행되면서 음주운전 단속기준은 대폭 강화됐다. 면허정지 기준이 0.05~0.1%에서 0.03~0.08%로, 면허취소 최저 기준은 0.1%에서 0.08%로 낮아졌다.
B 씨는 경찰에서 전날 소주 1병 정도를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의 말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만약 그가 소주 1잔을 덜 마셨다면 사고 당일 0.03%보다는 낮은 수치가 나오지 않았을까’ 가정해 볼 수 있다. 그 1잔 때문에 숨진 피해자 A 씨뿐 아니라 B 씨의 인생 역시 큰 시련을 겪을 처지에 놓인 셈이다.
음주운전이 아닌 단순 사망사고라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 적용 대상으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실형을 면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은 예전 ‘1년 이상 징역’에서 ‘최고 무기징역, 최저 3년 이상 징역’으로 바뀌었다. 예전 같으면 실형을 피할 수도 있겠지만 B 씨는 그런 관용을 기대할 처지가 아니다. 그 소주 1잔 때문이다.
강원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가해자의 경우 소주 1잔 때문에 처벌이 너무 가혹해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법과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며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심경을 생각한다면 B 씨는 더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음주운전 기준이 강화되면서 숙취 운전의 경우 단속기준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전날 술을 많이 마셨다면 절대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 현명한 대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