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부부의 다짐은 허언이 아니었다. 부부는 2017년 아들이 숨진 뒤 긴박하게 움직였다. 미 부통령을 고객으로 둔 워싱턴의 유력 컨설팅 회사와 계약을 맺고 미 의회를 상대로 북한을 옥죄기 위한 로비전에 돌입했다. 북한의 배상 책임을 묻는 소송도 제기했다. 이런 노력 끝에 대북제재를 확대하는 내용의 ‘오토 웜비어 법안’이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반영됐다. 또 미 법원은 2018년 말 북한이 웜비어 가족에게 5억 달러(약 6000억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물론 북한은 판결을 일축했지만 북한을 겨냥한 복수의 서곡(序曲·어떤 일의 시초를 이르는 말)이었다.
부부는 이 판결을 토대로 북한이 전 세계에 은닉해 놓은 자산 추적에 나섰다. 북한의 석탄 운반선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미 정부에 압류되자 소유권을 주장해 선박 매각대금 일부를 받았다. 북한이 운영하던 독일 베를린 호스텔에 대해서도 소송을 내 1월에 영업 중단 판결을 받아냈다. 최근엔 미국 내 여러 은행의 계좌에 묶여 있던 북한 관련 자금 2379만 달러(약 290억 원)도 찾아냈다.
유대인들은 반(反)인륜 행위, 특히 자신들에게 부당하게 피해를 입힌 가해자를 끈질기게 응징해 왔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학살의 전범(戰犯) 아이히만은 패전 후 남미로 도주했지만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15년 만에 그를 현지에서 체포했다. 이런 추적에는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막강한 유대인 네트워크가 작동한다. 웜비어 부부의 적극적인 활동에도 유대인 네트워크가 힘이 됐을 것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웜비어 가족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후과(좋지 못한 결과)를 톡톡히 치를 것 같다.
동아일보 5월 14일자 정연욱 논설위원 칼럼 정리
칼럼을 읽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세요.
1. 다음 중 ‘오토 웜비어’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세요.
①북한에 억류될 당시 웜비어는 대학생이었어.
②웜비어와 부모는 모두 개신교를 독실하게 믿었어.
③17개월 만에 풀려난 웜비어는 안타깝게도 끝내 숨졌구나.
2. 다음 중 ‘㉠허무맹랑’ 대신에 쓰일 수 있는 한자어를 고르세요.
①인과응보 ②고진감래 ③황당무계 ④일파만파
김재성 동아이지에듀 기자 kimjs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