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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배달’ 새 길 뚫는 PC방… ‘공유 주방’ 날개 단 요식업자

입력 | 2020-05-20 03:00:00

코로나 보릿고개 중소상공인들… ICT 활용해 새로운 매출 올려
PC방-키즈카페들 배달 앱 입점… 임대료-인건비 안드는 공유 주방
‘홈술족’ 늘자 입점 문의도 증가… 로봇 들여와 비대면 서빙 업체도




공유 주방에서 일하는 요식업 관계자들(왼쪽 사진). 배달 앱에서 주문한 PC방 제조 음식들. 위쿡 제공

경남 창원의 한 PC방은 지난달 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 입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PC방 손님이 줄자 PC방에서 파는 음식이라도 배달해 손실을 메워 보고자 한 것이다. 긴가민가하며 시작했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 PC방 관계자는 “배달로만 하루에 6만∼10만 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삼겹살 덮밥 튀김 등이 주로 나가는데 24시간 배달한다는 장점과 PC방에서 음식을 판다는 호기심 때문에 주문이 제법 들어온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상공인들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생계를 모색하고 나섰다. PC방, 키즈카페 등은 본업과 관계없는 배달 앱에 입점해 추가 매출을 노리고 있고 음식점들은 임대료, 인건비 부담을 덜고자 공유 주방과 로봇 도입을 시도하는 등 궁여지책을 내놓고 있다.

자영업자 A 씨는 포장마차 형식의 야식 선술집을 차리려고 준비하다 코로나19 폭탄을 맞았다. 메뉴와 브랜드 개발까지 마치고 매장 임대 계약을 앞둔 상황이었다. 거리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기자 오프라인 매장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증금(1000만 원)과 판매수수료(매출의 20%)만 내면 임대료 걱정 없이 배달음식점을 운영할 수 있는 공유 주방 서비스로 방향을 틀었다. 공유 주방은 배달업체가 주문 접수부터 배달까지 모두 처리해주기 때문에 음식점 사장은 음식 조리에만 신경 쓰면 된다. A 씨는 4월 서울 강남구의 공유 주방 업체에 입점한 이래 한 달여 만에 월 매출 3000만 원을 찍었다.

A 씨는 “코로나19 이후 불경기 속에서 큰 부담이 되는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 걱정 없이 요식업을 할 수 있어 공유 주방을 택했다”며 “팬데믹의 영향으로 ‘홈술족’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기회삼아 가정간편식(HMR) 안주도 만들어 판매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유 주방에 대한 입점 문의는 증가하는 추세다. 공유 주방 사업을 하는 위쿡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강하던 3, 4월 공유 주방 입점 문의는 1, 2월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위쿡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거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오프라인 판매 대신 온라인 배달로 사업 형태를 전환하려는 사업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면 접촉을 꺼리는 소비자의 눈높이는 맞추고 인건비 부담은 낮추고자 로봇을 도입하는 업체들도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B 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직원을 뽑을 여력은 안 되고 아르바이트생도 서빙을 꺼려 월 60만 원을 주고 서빙 로봇을 빌렸다. B 씨는 “서빙 로봇 덕분에 혼자 음식 조리와 포장 업무를 하면서도 홀 손님을 받을 수 있어 장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빨리 주력 상품을 전환해 위기를 기회로 만든 업체도 있다. 온라인에서 여성 수영복을 팔던 러브미모스트는 코로나19로 매출이 10분의 1로 줄자 여성 속옷을 팔기 시작했다. 수영복을 제작하면서 쌓은 각종 데이터를 속옷 제작에 활용해 오히려 평소보다 매출이 5배 이상 늘었다. 오은영 대표는 “과거에는 상품 사진 촬영, 설명 작성 등에 집중했다면 요즘은 고객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이에 맞는 온라인 채널을 찾아 나서는 데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고 있다”며 “이 덕분에 직원이 5명에서 10명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