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기회다]자유형 기대주 19세 이호준
한국 남자 수영의 기대주 이호준이 14일 경기 광주의 유소년 시설인 아이조아수영장에서 입수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서울 송파구 올림픽수영장 등 대부분 주요 시설이 문을 닫아 이곳까지 찾아온 이호준은 자신의 첫 올림픽에서 선전하기 위해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광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제2의 박태환’으로 불린 수영 기대주 이호준(19·대구시청, KB금융그룹)은 요즘 경기 광주의 유소년 시설인 ‘아이조아수영장’에서 훈련 중이다. 올림픽 정식 규격 수영장은 길이 50m, 수심 2m 이상이지만 이곳은 길이 25m에 수심은 1m 남짓하다. 184cm의 큰 키에 팔다리가 긴 그가 턴 과정에서 머리나 손발이 바닥에 부딪힐 위험도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진천선수촌은 물론이고 대형 수영시설이 모두 문을 닫은 상황이라 이처럼 규모가 작은 사설 수영장의 문이라도 두드리고 있다. 이호준은 “숙소에서 차로 30분 거리라 멀지 않아 좋다”며 그래도 물살을 가를 수 있어 행복하다는 눈치다.
어린 시절부터 박태환(31)이 같은 나이에 세운 자유형 기록을 연거푸 깨며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고2 때인 2018년 정체기를 겪었다. 당시 아시아경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전성기가 지난 박태환과 맞붙어 모두 패했다. 박태환이 불참한 자유형 800m에서 1위에 올라 가까스로 아시아경기 출전권을 따냈지만 노메달에 그쳤다. 고2 때의 박태환이 2006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금 3, 은 1, 동메달 3개를 목에 걸며 이름을 떨친 것과는 너무 달랐다. 이호준은 “제2의 박태환 소리를 들으며 살다 보니 부담이 됐다. 최근에야 그 짐을 털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이호준은 2018년에 이어 고교부 4관왕(개인 자유형 200·400m, 계영 400·800m)에 올랐다. 주 종목인 자유형 200m에서 개인 최고기록(1분47초54)을 세우는 등 상승곡선을 그리며 박태환의 아성에 다시 도전할 준비를 마쳤다.
“처음으로 제 몸에 맞는 수영을 했다는 느낌이었어요. 어른이 돼서 맞이할 올림픽에서 뭔가 보여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죠.”
3월에 발표된 2020 도쿄 올림픽 연기 소식에 이호준은 “가장 먼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발전한 모습을 빨리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는 “좋다고 생각한 부분을 좀 더 내 것으로 만들면 그만큼 더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다”라며 또 한 번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올해 고교를 졸업한 그는 다양한 세상의 유혹에도 관심이 많을 나이. 하지만 그는 “어렸을 때부터 집과 훈련장밖에 모르고 살았다. 수영 외의 취미는 잠이라 일상생활은 고교 때랑 별반 다르지 않다”며 웃었다.
본보와 경기 광주에서 인터뷰를 한 14일은 이호준이 어렸을 때 자신을 각별히 아꼈다던 외할아버지의 기일이기도 했다. 이날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이호준은 “외할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올림픽까지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이호준은…
광주=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