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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회계 F등급’ 당시 소명기회 줬지만 침묵… 개선의지 의문

입력 | 2020-05-20 03:00:00

2015년 모금회 안성 쉼터 점검
영수증 제출 안할 정도로 관리 엉망… 물품 구입때 입찰 절차도 안지켜
2016년 쉼터매각 결정하고도 미적… 4년간 8500만원 추가 손실 불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경기 안성에 있는 쉼터의 사업 및 회계 평가에서 ‘경고’ 조치를 받은 뒤 소명 기회를 얻고도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거액의 기부금을 들인 쉼터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은 채 개선 의지도 없이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경고에 대한 소명 기회 얻고도 답변 안 해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동모금회는 2016년 1월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측에 안성 쉼터에 대한 ‘경고’ 조치를 담은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공동모금회의 평가 결과에 이의가 있는지 소명의 기회를 주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하지만 정대협은 이에 대해 공동모금회에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정대협이 쉼터 운영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거나 바로잡겠다고 소명하면 징계를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고 제재 조치는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정대협이 안성 쉼터를 부실하게 운영 관리했고, 이를 지적받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개선할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제재 확정은 또 다른 불이익으로도 이어졌다. 공동모금회 규정에 따르면 경고 조치를 받은 공익법인은 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분배 사업에 2년 동안 참여할 수 없다. 실제로도 정대협은 이후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정의연 관계자는 “소명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입찰 규정 어기고 TV 등 구매

공동모금회는 2012년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서울 마포구 쉼터 매입 비용으로 10억 원을 지정 기부받아 정대협에 전달했다. 정대협은 이 돈으로 2013년 안성 쉼터를 7억5000만 원에 샀다. 이에 공동모금회는 2015년 안성 쉼터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

공동모금회는 당시 사업 및 회계 평가에서 각각 C등급과 F등급을 매긴 뒤 두 등급을 종합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평가 등급은 A부터 F까지 5단계(E등급 제외)로 나뉘어 있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정대협은 모금회 규정에 따라 당시 물품 구입 비용이 1000만 원이 넘으면 나라장터를 통해 전자입찰을 해야 했다. 이 같은 내용을 안내했음에도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입찰 절차 없이 TV 등의 물품을 샀다”고 전했다. 입찰을 하는 이유는 업체들이 가격 경쟁을 하게 함으로써 저가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서다. 또 물품 구매 때 견적을 비교해 보지도 않아 회계 평가에서 ‘비교 견적 미수취’ 등의 사유로 최저 등급의 평가를 받았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또 “정대협 실무자는 영수증 제출도 하지 않을 정도로 (행정 처리에) 서툴렀다”고 말했다. 정의연 측은 “회계 처리가 미숙했던 부분은 사과드린다. 입찰을 해야 한다는 공지를 받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 쉼터 매각 절차 중단해 손실도

2016년 1월 경고 조치를 받은 정대협은 공동모금회와 협의한 뒤 쉼터 건물의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달까지 약 4년 동안 매각 절차를 밟지 않아 8500만 원 이상 손실이 발생했다.

당시 쉼터를 사려 했던 A 씨는 동아일보와 만나 “건물이 매물로 나왔다고 해서 접촉했다. 정대협 측이 6억5000만 원을 제안해서 ‘너무 비싸다’며 4억5000만 원이 어떠냐고 했다. 회의를 거치더니 팔지 않겠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정대협은 지난달 23일 4억2000만 원에 쉼터를 팔았다. A 씨의 제안보다 3000만 원 적은 금액이다. 약 4년 동안 쉼터 운영비로는 5500여만 원을 썼다. 운영비 대부분은 쉼터 관리를 맡아온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의 아버지에게 준 급여였다. A 씨에게 팔았다면 최소 8500만 원의 비용은 발생하지 않았던 셈이다.

김소영 ksy@donga.com·구특교 / 안성=김태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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