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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차량 훔치면 ‘무죄’, 부수면 ‘유죄’…이유는?

입력 | 2020-05-20 07:09:00

© News1


술김에 부모 소유 차를 망치로 부순 20대 남성이 특수손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면서 처벌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광주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A씨(20)는 지난 18일 오전 1시30분쯤 광주 남구 주월동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의 포르쉐 차량 보닛 부분을 망치로 때려 부순 혐의를 받고 있다.

평소 어머니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던 A씨는 이날 어머니와 다투고 술을 마신 뒤 이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후 스스로 경찰에 신고해 현행범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A씨의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찰은 조사 후 A씨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통상적으로 가족 간에 발생한 재산 관련 범죄는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난 3일 광주공항에서 친구 2명과 함께 부모 차를 훔친 B양(14)은 특수절도 혐의가 있음에도 처벌을 면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어머니 차를 부순 A씨는 처벌받을 가능성 크다.

이는 형법의 친족상도례 규정 때문이다.

형법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에 발생한 재산 관련 범죄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산 관련 범죄는 개인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형법상 절도·강도·사기·공갈·횡령·배임·장물·권리행사방해죄가 포함된다.

B양이 저지른 절도죄는 사기, 횡령, 배임, 장물 등 범죄와 함께 이 규정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강도죄와 손괴죄는 형법상 재산죄로 분류되지만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지 않는다.

A씨는 손괴죄에 해당해 친족상도례를 적용받지 않는 만큼 처벌이 불가피한 셈이다.

다만 손괴죄의 경우 피해자와 합의하면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경우가 많아 A씨 역시 형벌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광주지역 한 변호사는 “어머니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면 A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을 확률이 높아보인다”며 “혐의가 충분하더라도 A씨의 나이나 피해자와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 범행 후 정황 등을 고려해 검사가 기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