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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국내외 대체투자 구분 없앤다…“국내 시장 위축” 우려도

입력 | 2020-05-20 10:13:00

국내외 대체투자 벤치마크 통합…지역별→건별 투자
코로나로 실물경기 침체…'총알' 많은 국민연금 '기회'
"국민연금 해외 늘리면 국내 대체 시장 위축" 우려도




국민연금이 포트폴리오상 국내와 해외의 대체투자 칸막이를 없앤다. 수익률이 부진한 국내 대체자산군을 우량한 해외 대체자산으로 돌리기 위한 취지다. 대체투자와 관련한 미집행 금액을 국내와 해외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포석이지만 일각에서는 대체투자 자금이 해외 자산군으로 쏠리며 국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18일 국민연금 실무평가위원회에서 국내외 대체투자 통합 벤치마크 운영에 따른 예상 수익률과 리스크를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안건은 이날 열리는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제5차 회의에서 2021~2025년 국민연금기금 중기 자산 배분안에 포함돼 심의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투자란 주식·채권 등 전통 자산보다 수익·위험 특성이 높은 사모·부동산·인프라 등 투자 자산을 말한다. 국민연금 대체투자 자산은 인프라, 부동산, 사모펀드(PEF) 등으로 구성된다. 국민연금은 국내 대체와 해외 대체 자산을 나눠 벤치마크를 따르게 된다. 이 벤치마크는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수익률을 평가하는 잣대다.

국민연금이 국내외 대체투자 통합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집행률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관측된다. 국내 대체투자 집행률, 수익률이 부진하자 국내와 해외 카테고리를 통합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그간 운용 여건과 시장상황 등으로 실제 집행이 투자 목표에 미치지 못해왔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규모는 지난 2월 말 기준 87조5000억원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11.9%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올해 말까지 도달해야 하는 목표비중(13.0%)을 1.1%포인트 미달하는 수치다.

특히 국민연금은 국내 대체투자 집행률이 낮은 점을 지적받아 이에 대한 개선방안이 나온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이번 벤치마크 통합 방안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물 경기 침체로 국민연금에 기회가 생겼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미집행 금액을 해외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선 방안이 이뤄진 것이다. 실물 경기 침체로 부동산, 기업 등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매물이 나오면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생긴다는 판단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집행률 부진이 지속적으로 지적되자 지난해 5월에도 ‘국민연금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대체투자 집행 개선방안’을 기금위 제4차 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투자 결정과정 간소화 ▲헤지펀드 투자 시 싱글펀드(기금위가 투자과정 중간단계 직접 수행) 방식 도입 ▲신규 대체투자 자산을 일정 범위 내에서 탄력적 투자 허용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이중 대체투자 결정 간소화 방침 중 하나는 국내와 해외를 나눠 두는 조직에서 사모, 부동산, 인프라 등 자산별 조직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시행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대체투자조직을 사모벤처투자실, 부동산투자실, 인프라투자실 등 자산별로 나누고 실 내에서 아시아팀, 미주팀, 유럽팀으로 세분화해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최대 두 달(8주) 걸렸던 대체투자 결정 소요시간을 한 달(4주)로 줄이고 위탁사 선정, 포트폴리오 구축, 리스크 관리 등 중간단계를 기금위가 직접 결정해 헤지펀드 투자 시 위탁 수수료를 아낄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국내 대체투자 큰 손인 국민연금이 이번 국내외 통합으로 인해 국내 대체투자를 점진적으로 줄여 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물론 국내보다 해외 대체투자 GP(운용사)가 확실한 수익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민연금이 점차 국내에서 손을 떼게 되면 국내 시장이 한층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