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보요? 아트콜라보가 뭔가요?” “저희는 예술은 잘 모릅니다.”
처음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했고, 나와는 상관없는 분야라 생각했었다. 코트라에서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 활동하며 기업들에게 예술·예술가 매칭을 통한 제품 브랜딩과 특화작업을 도왔다. 이를 통해 제품에 스토리를 담고 비주얼로 바이어들의 발걸음을 붙들어 기업들의 예술활용 기회를 늘려갔었다. 기업들은 ‘예술은 돈만 들어가는 분야’라던 생각에서 벗어나 예술로 돈벌기를 시작했던 것이다.
한국의 소비재 수출품중에서 세계무대에서 인기가도를 달리던 종목은 뷰티 화장품 분야였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의 한국화장품 인기는 대단했다. 면세점에서 화장품판매의 품귀현상과 절판 소식은 흔한 소식이었다. 그리고 아트콜라보는 뷰티분야에서 특히 인기였다. 화장품 회사 마다의 정체성이나 시즌별 스토리에 따라 저마다 다른 예술가들이 등장했고 다양한 작품들이 입혀져 스토리와 함께 소비자들을 유혹하곤 했다. 화장품 경쟁이 심해질수록 아트콜라보는 증가했고 가속화했었다.
아트콜라보 초기는 대기업 중심에 유명 예술가들의 전유물이였지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들은 여타의 경쟁사와 다른 새로운 예술가들을 찾기에 혈안이었고, 폭넓고 다양한 접근을 하며 신인을 발굴하고 그림의 스토리로 접근하는 매우 정교한 소통으로 발전해왔다. 제품의 성능으로 차이를 내기 힘들어진 비슷비슷해진 제품의 수준에서 경쟁력확보를 위한 방법으로 아트콜라보가 등장했던 것이다.
최근 코로나 19로 등장한 최고 상품은 단연 마스크와 손소독제이다. 급작스러운 바이러스 이슈로 마스크는 동나고, 손 소독제는 사방에서 쏟아져나왔다. 그들의 등장은 매우 급했다. 급제조의 티가 많이 나기도 했었다. 쏟아져나온 다양한 손 소독제들은 이제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다른 전략을 짜야 한다.
이제 슬슬 그럴듯한 어여쁘게 단장한 손 소독제들의 등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손 소독제는 앞으로 돌이킬 수 없는 필수품이 될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자신의 가방 안에 넣을 예쁘고, 폼나는 손소독제를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아트콜라보 손소독제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향이 등장할 것이고, 투명액체는 컬러가 등장할 것이고, 다양한 재료들이 투입될 확률도 높다. 더 나아가 소독제로만 머물지 않고, 다른 성능이 결합될 것이다. 소독과 보습, 소독과 향수, 소독과 치료제의 콜라보로 나아갈 것이라 예견해본다. 기본을 갖추면 그다음은 편집이며 콜라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의 손 소독제 아트콜라보의 선두소식을 준 곳은 화장품 브랜드 에바끌레르였다.
에바끌레르는 꾸준히 주니어 골프대회도 주최하며, 골프장 150여 군데 입점하여 판매율 1위를 하는 골프마니아를 공략한 화장품 브랜드이다. 골프를 통해 고품격 특화전략을 이어가고 있는 브랜드로 꾸준히 수출성장세를 보이며 타켓과 컨셉을 명료하게 정진하고 있는 기업이다. 게다가 그간 에바끌레르의 화장품들과 꾸준히 콜라보를 해온 전통 골프화가로 불리는 함미자 (그레이스함) 화가와 코로나19극복을 위한 염원을 담은 이순신 장군 작품을 아트콜라보한 것이었다. 준비해온 이에게 기회가 온다지 않던가. 이 둘의 콜라보는 그간 같은 목표를 가지고 협업해온 결과이며, 위기에 앞장서 발빠르게 시대성을 반영한 콜라보다. 특히 소독을 넘어서 이순신장군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끌여들여 소독제에 염원을 예술작품으로 담아 승화시킨점이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약쑥 손소독제라는 콜라보용어를 사용했다. 약쑥 성분으로 피부보호와 정화의 기능을 소독제에 콜라보시킨 것이다. 겨우겨우 손소독제를 생산만으로도 급급하던 여타기업과 달리 준비된 이 브랜드는 한 발 더나아가 메시지와 염원으로 정화를 넘어서 쇄신의 다짐까지 담아낸것이다.
손소독제는 코로나 19 위기로 최상 필수품으로 승격하여 자리매김을 한 제품이다. 손소독제가 나아갈 길은 길 것이고, 그 긴 여정에서 변신이 필수다. 더 유용하게 더 아름답게 더 기억나게 품에 안길 변신을 시작해야한다. 끝없이 콜라보가 답이다.
한젬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