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30-30클럽’ 박재홍, 40홈런 박경완에 MVP 내줘
스포츠를 비롯한 각종 사회 이슈를 통계적으로 풀어내는 파이브서티에이트닷컴은 최근 피펜을 ‘GOAT 2인자’로 선정했다. GOAT는 ‘The 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의 줄임말이다. 최근 ESPN을 통해 조던의 시카고 왕조 시대를 다룬 다큐멘터리 ‘더 라스트 댄스’가 방영되자 조던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였던 피펜의 가치를 재조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프로야구 역대 타자 가운데서는 누구를 피펜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피펜에게는 ‘전국 2등인데 반에서도 2등’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김성래 한화 코치(59)가 가장 피펜에 가깝다.
세월이 흘러 양준혁 해설위원이 ‘피펜’ 노릇을 맡을 때도 있었다. 해태(현 KIA)와 LG에서 뛰다가 삼성으로 돌아와 두 번째로 맞이한 2003시즌 때였다. 당시 이승엽(44)은 현재까지 아무도 깨지 못한 한 시즌 56홈런을 날렸다. 양 위원 역시 이해 개인 통산 최다인 33홈런을 쏘아 올렸지만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격일 뿐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네 시즌 모두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김 코치나 양 위원을 피펜으로 꼽는 데 한계가 있는 이유다. 삼성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2002년에는 양준혁보다 마해영(50)이 피펜에 가까웠다.
이런 사정까지 고려하면 2000년 현대 박재홍(47)을 한국 프로야구의 피펜으로 꼽을 만하다. 박재홍 해설위원은 그해 32홈런(6위), 30도루(3위)를 기록하면서 개인 통산 세 번째로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타점은 115개로 전체 1위였다.
게다가 이해 정규시즌(MVP)은 박병호도 강정호도 아닌 같은 팀의 서건창(31)이었다. 서건창은 당시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200안타(타율 0.370) 고지를 점령하면서 우투좌타 선수로는 처음으로 정규시즌 MVP가 됐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