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 음란물 삭제 의무 부과,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 가능 코로나 피해 대비 법안들도 통과
여야는 20일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n번방 방지법’, 과거사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관련법 등 법안 133개를 통과시켰다. 4년 내내 ‘동물국회’와 ‘식물국회’를 번갈아 재연하며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20대 국회지만 이날만큼은 서로 격려하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원들의 본회의장 이탈이 늘면서 의결 정족수가 모자라 두 차례 법안 처리가 잠시 지연되기도 했다.
우선 인터넷 사업자에게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 의무를 부여하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에도 불법 음란물을 삭제하고 유통을 방지하는 기술·관리적 조치 의무가 부과된다. 업계에서는 사업자의 책임을 의무화하는 것과 정작 문제가 된 텔레그램 등 외국 업체에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반발했지만 여야는 시행령을 통해 추후 미비점을 보완하기로 했다.
인권 침해 진상 규명을 위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이에 따라 다시 구성되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를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과 6·25 민간인 학살 사건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배상·보상 조항은 미래통합당의 주장대로 삭제됐다. 이날 본회의 방청석에서 법안 통과를 지켜 본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최승우 씨는 법안이 의결되자 피해 생존자 모임 관계자들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보였다. 최 씨는 본회의장을 나와 여야 합의에 중재자 역할을 한 통합당 김무성 의원에게 큰절을 하기도 했다. 최 씨는 5일 20대 국회 내 법안 처리를 주장하며 국회 의원회관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다.
폐지 논의가 꾸준히 이어져 온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를 없애는 전자서명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이 밖에 대학교수 등의 노조설립 근거가 되는 교원노조법 개정안, 진상규명 기간을 1년 연장하는 부마항쟁보상법(부마항쟁 관련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법) 개정안 등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최고야 best@donga.com·윤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