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의 젊은 건축가들 <8> 건축사무소 PRAUD 임동우-라파엘 루나 공동 소장
미국 보스턴 다가구주택 ‘EEgress House’. 관습적 구성과 형태를 가진 건물이 줄지어 늘어선 지역에서 ‘비용과 규칙의 선을 준수한 파격’을 실천했다.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계단의 기능적 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형태적 차별성을 드러냈다. ⓒ진효숙
‘4억2900만 원.’
2018년 완공한 경북 포항 300m² 대지의 2층 주택 리모델링 건축비(토지가격 제외)다. 누구나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드러내놓고 밝히기 꺼리는 건축비 정보를 덤덤하게 제시해 놓았다.
임 소장(43)과 엘살바도르 출신의 공동대표 라파엘 루나 소장(39)은 2010년 미국 보스턴의 한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며 처음 만났다. 루나 소장은 “스타일은 서로 크게 달랐지만 건축을 통해 추구하는 지향점이 통했다. 늘 논쟁하면서도 흥미로운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건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해 말 보스턴에 사무소를 차린 두 사람은 ‘엇비슷한 공간 시스템을 복제하며 표피 바꾸기에 몰두해온 현대건축이 근대 이후 뭔가 본질적 진화를 이뤄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했다. 회사명 PRAUD는 ‘Progressive Research on Architecture, Urbanism and Design(건축, 도시, 디자인에 대한 진취적 연구)’의 약자다.
경북 포항시 ‘툴라단다사나 하우스’. 1층의 옛 벽돌구조를 유지한 채 2층에 철골구조 신축공간을 얹었다. 툴라단다사나는 한 다리로 서서 몸을 수평으로 유지하는 요가 자세다.
“개인주택을 마련할 자금 여유가 없어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도 귀가할 때는 당연히 ‘독립적인 내 집 현관’에 들어서길 원한다. 2층 거주자용 계단 출입구는 서쪽에, 3층 거주자의 계단 출입구는 동쪽에 내고 각각 한 층 아래에서 ‘내 집 현관’의 느낌을 경험한 뒤 올라오도록 설계했다.”(임)
인터뷰는 서울 성동구 사무소 앞에 이들이 최근 마련한 문화교류 워크숍 공간 ‘도만사(도시를 만드는 사람들)’에서 진행됐다. 23일 문을 여는 이곳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공개 전시와 강연이 이뤄진다. 루나 소장은 “건물을 짓는 일만 건축이 아니다. 경계를 넘어 삶의 모든 담론을 아우르는 것이 건축이다. 건축가 스티븐 홀의 뉴욕 스토어프런트 갤러리처럼 풍성한 담론을 싹틔울 수 있는 통로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