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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대협과 갈등 故 박복순 할머니도 기림비에 없어

입력 | 2020-05-21 03:00:00

[정의연 논란]日 민간기금 수령 놓고 대립… 故 심미자 할머니 이어 제외 확인



논란 일으킨 ‘기억의 터’ 피해자 할머니 명단. 사진출처 뉴스1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조성한 서울 중구 남산 ‘기억의 터’ 기림비의 위안부 피해자 명단에서 고 심미자 할머니는 물론이고 2005년 별세한 박복순 할머니 이름도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박 할머니도 일본 아시아여성기금으로부터 민간기금을 받은 뒤 정대협과 줄곧 불편한 관계였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기억의 터에 있는 조형물 ‘대지의 눈’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247명의 이름이 가나다순으로 새겨져 있다. 정의연은 “2016년 조성 당시 한국 정부에 공식 등록된 피해자에 미등록 피해자를 합해 산정한 인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1993년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로 공식 등록됐으며, 1992∼2004년 일본 최고재판소 재판에도 42차례 참석했던 박 할머니는 명단에 포함됐어야 한다.

박 할머니는 생전에 심 할머니가 꾸린 세계평화무궁화회에 소속돼 있었다. 무궁화회는 여러 차례 정대협 활동에 대한 비난을 내놓았다. 박 할머니는 1997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6명과 함께 일본 아시아여성기금에서 민간기금을 받은 걸 두고 정대협과 부딪쳤다. 윤정옥 당시 정대협 대표는 “그 기금을 받으면 공창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할머니는 “일본 국민이 반성하며 모은 위로금을 받으면 왜 안 되냐”고 반발했다.

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장은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할머니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으셨다. 그런데도 정대협만은 ‘나쁜 놈들’이라며 비판하곤 했다”고 전했다. 양 회장은 “정대협이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을 쥐고 휘두른 측면이 있다”며 “박 할머니는 흔들리지 않았고 아시아여성기금을 받은 것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2005년 박 할머니의 장례를 주도했다.

정의연 관계자는 “당시 정대협에서 활동하지 않아 상황을 잘 모른다.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김태성 kts5710@donga.com·전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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