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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늘었어도 코로나 탓에 지갑 닫았다…1분기 소비지출 역대급↓

입력 | 2020-05-21 12:37:00

통계청,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발표…코로나 영향 뚜렷
가계지출 중 소비지출 288만원 6.0% ↓…통계작성 이래 최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오락·문화, 교육, 음식·숙박 지출 '뚝'
"코로나19 소비지출에 바로 영향 미쳐…소득부분은 지켜봐야"




올해 1분기 가계소득이 증가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으며 소비지출이 역대 최대로 급감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지갑을 닫으면서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이 역대 최저로 떨어지는 등 소비 패턴의 변화가 가계지출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지출은 394만5000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4.9% 감소했다. 이 가운데 소비지출은 245만7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6.0% 줄었고, 비소비지출도 106만7000원으로 1.7% 줄었다.

2인 이상 가구의 1분기 평균소비성향은 67.1%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7.9%포인트(p)나 하락한 수치다. 평균소비성향이란 가계의 씀씀이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월 100만원을 버는 가구(가처분소득 기준)가 67만1000원만 쓰고 나머지 32만9000원은 아껴뒀다는 의미다. 지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게 됐다.

통상적으로 전년도 4분기에 비해 연초에는 가계지출이 늘어나는데 반해 올해 1분기에는 전년도 마지막 분기에 비해서도 오히려 지출이 감소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통계청은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이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소비지출 감소와 비교해도 이례적 현상이라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소득은 늘었지만 2월 하순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3월부터는 정부가 강력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소비가 급격히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정구현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코로나의 경우 소비지출에는 바로 영향 미쳤다”며 “우리 가구가 월별 조사하기 때문에 1월에는 명절도 있고 좋았고, 2월까지도 나쁘진 않았지만 3월 이후에 (소비지출) 급감한 것이 컸다”고 말했다.

1분기 전체 가계지출은 394만5000원이었으며, 이중 소비에 쓴 지출액은 287만8000원으로 72.9% 비중을 차지했다. 나머지 106만7000원(27.1%)은 세금·이자 등 비소비지출에 쓰였다.

항목별 소비지출을 살펴보면 코로나19로 인한 변화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났다.

우선 외식이 줄고 가정에서의 식사가 늘면서 식료품·비주류음료의 소비는 44만5000원으로 10.5% 증가해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곡물가공품(24.2%)과 채소·채소가공품(23.2%), 육류(13.6%) 소비가 급격히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보건 지출도 27만2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9% 증가했다. 마스크 구입으로 의료용소모품(131.8%) 지출이 크게 늘었고, 입원서비스도 40.1% 증가했다.

교통 지출은 34만2000원으로 4.3% 증가했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대중교통 이용(15.6%)은 감소한 반면, 연초 개별소비세 인하와 완성차 업계의 잇따른 신차 출시가 맞물리면서 자동차 구입 지출은 20.2%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여행이나 레저, 문화생활 등이 줄면서 관련 부문의 지출이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크게 위축돼 코로나19의 충격이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었다.

오락·문화 지출은 18만1000원으로 25.6% 감소했다. 국내·외 단체여행, 공연·극장 등 이용 감소로 단체여행비, 문화서비스 지출은 각각 51.9%, 16.4% 줄었다.


학원 운영이 중단되고, 개학이 늦춰지면서 학원·보습교육(-26.6%)과 정규교육(-23.7%) 지출이 각각 줄었다. 이로 인해 전체 교육 지출은 26만4000원으로 26.3%나 감소했다.

외식이나 유흥에 들어가는 지출도 11.3% 줄고, 숙박비 지출도 7.6% 감소하는 등 음식·숙박 지출은 35만원으로 11.2% 하락했다.

설 연휴와 신학기를 앞두고 의류·신발 지출이 늘었던 것과 달리 이마저도 가구당 11만9000원으로 28.0% 줄었다. 의류, 교복, 운동화 등 소비감소로 직물 및 외의, 신발 지출이 각각 29.1%, 30.7% 감소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코로나 영향은 항목마다 다르지만 비교적 분명하게 관측된다”며 “거리두기 제한의 영향으로 소비지출부문에서 우선적으로 반영돼 음식·숙박, 교육 이런 항목의 지출이 굉장히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지난 1~3월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3.7% 증가한 것으로 근로소득(1.8%)과 사업소득(2.2%)이 증가하고, 공적연금 등 이전소득(4.7%)도 늘었다. 가구 소득에서 미미한 수준이지만 경조소득과 퇴직수당, 실비보험 등 비경상소득(79.5%)도 증가했다.

강 청장은 “소득이 증가한 것은 이번 분기의 경우 아직 코로나의 영향이 소득부문에서는 다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1~2월에는 일자리사업 확대 등으로 소득이 증가했고, 공적이전소득 확대가 전체 소득 감소폭을 줄어들게 하는 등 월별로 경향성이 혼재된 모습이어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