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희의 젠틀맨 드라이버] 자체 조율 오디오 갖춘 ‘롤스로이스’… 소음 철저히 차단해 완벽한 소리 구현 뱅앤올룹슨 오디오 장착한 ‘벤틀리’… 12.3인치 터치스크린으로 세부 조절
자동차용 오디오에서 내는 소리에는 한계가 있지만, 럭셔리 카들은 상대적으로 환경이 좋다. Bentley Motors 제공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물론 자동차용 오디오는 아무리 좋아도 좋은 소리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오디오 애호가들과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는 자동차의 물리적 특성 때문이다. 실내로 각종 소음이 들어오기 쉬운 것은 물론 좌석처럼 소리의 전달을 가로막는 요소들이 많고, 스피커의 소리를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클로저(울림통)로 쓸 공간이 작아 풍부한 소리를 내기 어렵다. 게다가 자동차용 전기 시스템의 전압은 가정용 전원보다 훨씬 낮아, 활기찬 소리를 내는 데 필요한 높은 출력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없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자동차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Bentley 제공
롤스로이스 컬리넌의 오디오 스피커. 차체가 클수록 풍부한 소리를 기대할 수 있다.Rolls-Royce Motor Cars 제공
롤스로이스 팬텀의 비스포크 오디오 스피커. Rolls-Royce Motor Cars 제공
다른 럭셔리 카 브랜드들도 오디오 시스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내로라할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와 손잡고 시스템을 개발하는 브랜드가 많다. 재미있는 것은 자동차 브랜드의 국적과 협업하는 오디오 브랜드의 국적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벤틀리는 기본 오디오 외에 뱅앤올룹슨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고, 나임 오디오(Naim Audio) 시스템을 최상급 선택사항으로 갖추고 있다. 아직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신형 플라잉 스퍼에는 21개 스피커와 2200W 앰프, 액티브 베이스 트랜스듀서를 포함하는 시스템을 넣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대시보드 가운데에 놓인 12.3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세부 설정을 조절할 수 있다. 스피커 그릴에는 전용 조명이 더해져 시각적인 즐거움도 함께 준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 600에 설치된 부르메스터 오디오 시스템처럼 럭셔리 카오디오에서는 시각적 즐거움도 중요하다. Daimler 제공
부르메스터 시스템은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외에 메르세데스AMG, 포르쉐 등 주로 독일 브랜드 차들에서 볼 수 있다. 사실 부르메스터가 자동차용 오디오로 발을 넓히기 시작한 것은 2005년에 첫선을 보이며 부가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16.4 베이론을 위한 시스템이었다. 부가티는 프랑스에 뿌리를 둔 브랜드지만 폭스바겐 그룹 산하에 있는 만큼 부르메스터와의 협업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현재 부가티가 만들고 있는 시론에는 독일 브랜드인 아큐톤(Accuton)의 시스템이 쓰이고 있다. 이 시스템은 고음을 내는 네 개의 트위터에 각각 1캐럿 다이아몬드 멤브레인을 쓴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자동차에서 완벽한 오디오 시스템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럭셔리 카에 전동화 바람이 분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전기차에는 자동차에서 진동과 소음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요소로 꼽히는 엔진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나오고 있는 여러 전기차를 시승해 보면 조용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기술의 발달로 전기차에서 이런 소음들까지 완벽히 없앨 수 있다면, 럭셔리 카는 ‘달리는 콘서트 홀’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