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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블랙리스트 피해’ 출판사들 5억 손배소, 2년만에 재개

입력 | 2020-05-21 14:41:00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 News1


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봤다며 출판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이 약 2년 만에 재개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판사 박석근)는 21일 11개 출판사가 정부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창비, 문학동네, 해냄출판사, 이학사, 또하나의 문화, 한겨레출판, 실천문학, 산지니, 푸른사상사, 삼인, 삶창 등 11개 출판사는 지난 2017년 11월 총 5억6667만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지난 2018년 3월 이 사건의 1차 변론준비기일이 열렸지만, 블랙리스트 형사재판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재판은 더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앞서 김 전 실장 등은 청와대 수석들에게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 1월 대법원은 직권남용죄를 엄격히 봐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김 전 실장이 청와대 수석들에게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을 지시한 것은 직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원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했다.

이날 출판사 측 대리인은 “블랙리스트 사건이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됐지만, 오히려 사실관계는 더욱 명확해져 입증에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김 전 실장 측은 “블랙리스트 형사사건의 결론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대법 판결 이후에 제출된 증거 등에 따라 새로운 판단이 추가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7월16일에 2번째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앞서 2014~2015년 세종도서 심사 과정에서 22종의 특정 도서들이 정부의 불법적 지시로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도서는 정부가 전국 공공도서관 등에 비치할 우수 도서를 선정해 종당 1000만원 이내로 구매해주는 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실장은 박근혜정부에 배치되는 정치적 입장이나 이념을 보이는 작가의 작품을 세종도서 선정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고, 그 지시를 받은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담당 직원들이 이를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제된 도서에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작품들을 비롯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도 포함됐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