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문 의장은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국정 운영과 21대 국회 운영 방향에 대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정치의 본령을 고르라면 먼저가 통합이다. 과감히 통합의 관념으로 확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들의 사면 얘기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문 의장은 “그것(사면)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판단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며 “(문 대통령의) 성격을 미뤄 짐작컨대 아마 못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을 향해 “참 복도 많은 대통령”이라며 “시종일관 적폐청산만 주장하면 정치보복의 연장이라는 세력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럼 개혁 자체 동력이 상실된다. 이걸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65년 서울법대 재직 시절 한일회담 반대 투쟁에 나서며 정치의 길을 걸어온 문 의장은 퇴임 소감에 대해 “평생의 업이자 신념이던 정치를 떠난다니 심경이 복잡했다”며 “그러나 아쉬움은 남아도 후회 없는 삶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55년 정치 인생에서 197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던 순간과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순간을 가장 기쁘고 슬펐던 순간으로 각각 꼽았다. 의장 2년 임기 중에선 공수처 설치법안과 선거제 개편안 강행 처리를 떠올리며 “기쁘면서 서러웠다”고 했다. 지난 총선 때 세습 논란과 관련해선 “아들 출세를 위해 지위를 이용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쓰라린 심정을 느꼈다”고 했다.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