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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화’ 성공한 이민호 첫승투, LG는 ‘광속 선발’을 얻었다

입력 | 2020-05-21 21:24:00

LG 이민호. 스포츠동아DB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은 19~21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3연전 첫날(19일)부터 올 시즌 1차지명 신인 이민호(19)의 선발등판을 예고했다. 16일 잠실구장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더블헤더를 치르고 정찬헌이 1군에서 말소되며 발생한 선발진의 공백을 메울 카드로 갓 입단한 신인을 점찍은 것이다.

휘문고 시절부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시속 150㎞대 초반의 빠른 공에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지녀 미래의 선발자원으로 기대를 모았다. 유연한 투구폼과 남다른 승부욕도 이민호의 강점이다. 올 시즌 1군 2경기에 계투로 나서며 이름을 알렸지만, 처음부터 경기 분위기를 주도해야 하는 선발투수는 무게감이 달랐다.

류 감독은 21일 경기에 앞서 “편안하게 지켜보겠다. 내가 용을 쓴다고 잘 던지겠냐”면서도 “앞으로 10년에서 20년은 계속 야구를 할 선수다. 투수는 맞아가며 크는 것이다. 편안하게 자기 공만 잘 던지면 좋다”고 말했다.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에서였다. “씩씩하다. 투수가 갖춰야 할 퀵모션과 수비력도 괜찮다”는 칭찬 역시 잊지 않았다.

그 믿음에 완벽하게 응답했다. 5.1이닝 동안 86구를 던지며 1안타 4볼넷 2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팀의 2-0 승리를 이끌고 감격의 데뷔승을 따냈다.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강점을 마음껏 뽐냈다. 최고구속 151㎞의 포심패스트볼(포심·37개)과 컷패스트볼(커터·31개), 포크볼, 커브(이상 9개)의 4개 구종 모두 완성도가 높았다. 포심과 커터 위주의 투구를 이어가다 적재적소에 포크볼과 커브를 던져 타이밍을 빼앗으니 상대 타선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20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15차례나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것도 호투의 비결 가운데 하나였다.

처음부터 ‘파이어볼러’는 아니었다. 중학교 때 120㎞에 불과했던 포심의 구속이 고1 때 137㎞, 고2 때 147㎞로 크게 올랐고, 고3때부터 150㎞가 넘는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 고교 시절 15㎞나 상승한 구속을 프로에서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민호의 ‘프로화’를 설명하는 증거다.

이민호와 같은 신인 투수들에게는 초반 분위기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1회 채은성의 홈런으로 뽑아낸 2점은 매우 소중했다. 더 돋보인 대목은 따로 있다. 6회 1사 후 김윤식과 교체될 때까지 2-0의 불안한 격차가 그대로 유지됐지만, 그럼에도 이민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2회를 제외하면 단 한 번도 선두타자를 내보내지 않았고, 득점권 출루 허용은 전무했다.

류 감독은 애초 마음을 비우겠다는 뜻으로 ‘편안함’을 언급했지만, 그 의미가 달라졌다. 안정감이었다. 이민호가 투구를 마치고 교체되자 류 감독은 이민호에게 직접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표정에서 흐뭇함이 묻어났다. 충분한 경쟁력을 지닌 선발 자원을 발견했으니 당연하다. 게다가 파이어볼러다. 더 바랄 것이 없다.

대구|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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