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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육사-공군-靑근무자’ 중용…하반기 軍인사에도 계속될까[인사이드&인사이트]

입력 | 2020-05-22 03:00:00

文정부 출범후 軍장성 인사 흐름은
사단장 안 거친 첫 수방사령관 김도균 前대북정책관 파격인사
軍일각 “보은인사 아니냐” 지적
육군대장, 非육사가 육사 앞질러
국방장관-합참의장도 육사 배제
非육사 육참총장 나올지 촉각
정경두 장관 이후 공군출신 약진
靑근무 경험도 ‘승진 필수코스’로




신규진 정치부 기자

“기존의 인사 원칙이나 관행과는 한참 동떨어진 것 같다.”

정부가 이달 초 단행한 전반기 장성급 인사를 두고 군 내부에서 나오는 말이다. 이번 인사에서 소장과 중장으로 진급한 13명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김도균 신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중장·육사 44기)이다.

국방부 북한정책과장,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 국방부 대북정책관 등을 거친 그는 ‘대북 정책통’으로 분류된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그의 인사 때마다 ‘파격’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정부 초기 그는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으로 발탁되면서 소장으로 진급했다. 통상 그의 전임자들은 준장 이후 전역이 관례처럼 여겨졌기에 그의 ‘깜짝 진급’은 군 안팎에서 화제가 됐다. 군 관계자는 “전임자들이 통상 2년 임기제로 준장 진급을 한 뒤 군복을 벗은 것과 비교하면 김 사령관의 소장 정규 진급은 이례적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이번 장성 인사의 ‘스포트라이트’도 그에게 집중됐다. 사단장 경험이 없는 그에게 군단장급인 수방사령관 보직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유사시 수도 서울의 방어를 책임지는 수방사의 최고 지휘관은 예외 없이 ‘야전지휘관의 꽃’으로 불리는 사단장(소장)을 거친 인물들이 중용됐다. 실제로 전임자인 김선호 전 수방사령관(중장·육사 43기)을 비롯한 역대 34명의 수방사령관들은 모두 사단장을 거쳤다. 군 소식통은 “사단 지휘 경험이 없는 장성에게 서울을 방어하는 핵심 군단급 부대를 맡기는 게 과연 적절한 것인지 우려가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매년 주요 장성 인사 철이면 갖가지 하마평이 나돌고, 군 안팎이 술렁이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데다 정부의 ‘군심(軍心) 다잡기’의 향방을 파악할 수 있어서다. 기존 인사 관행 및 원칙의 답습 또는 파격 정도를 살펴보면 향후 군 인사의 흐름과 국방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이번 장성 인사가 문재인 정부의 남은 2년간 군 인사와 국방 기조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김도균 수방사령관 파격 발탁의 막전막후

올 전반기 장군 인사 전부터 김 사령관의 중장 진급 여부를 두고 군내에선 의견이 엇갈렸다. 사단장 경험 부재가 진급에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현 정부에서 그가 축적한 ‘대북 공적’이 약점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국방부 대북정책관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9·19 남북 군사합의 당시 실무자로 참여했고,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로 활약했다. 군 관계자는 “현 정부가 주요 치적으로 내세우는 9·19 군사합의를 성공적으로 이끈 것만으로도 그의 발탁은 예견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1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준장 진급자들의 ‘삼정(三精)검 수여식’에 앞서 삼정검들이 줄지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당시 수여식은 안중근 의사의 유묵인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나라를 위해 몸을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이라는 제목 아래 거행됐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장성 진급자들에게 삼정검을 수여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장성 76명을 감축하기로 해 장군 지급이 한층 어려워졌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국방부는 “대북 협상 경험과 유관 기관과의 협업 능력, 위기관리 능력 등을 고려했다”면서 그의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군 내 대북 전문가로서의 경험과 수도권을 지키는 야전 핵심 지휘관의 능력을 직결하는 국방부의 논리에 동의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군 일각에선 사실상 정권 차원의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당초 김 사령관은 김영환 당시 국방정보본부장(육사 42기)의 자리로 이동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인사 적체를 우려한 정보병과의 반발로 이영철 당시 합동참모본부 북한정보부장(육사 43기)이 중장 진급과 동시에 국방정보본부장에 임명됐다.

김 사령관의 거취는 김선호 전 수방사령관이 건강상 이유로 전역 의사를 밝히면서 급변했다고 한다. 당초 수방사령관엔 김현종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중장·육사 44기)이 거론됐지만 5군단 예하 3사단장을 한 경험 등을 고려해 이번 인사에서 그는 안준석 당시 5군단장(중장·육사 43기)과 자리를 맞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수방사 예하에서 연대장(대령)을 끝으로 지휘관 경험이 없던 김 사령관에게 수방사령관 직위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고, 군 안팎의 비판도 감당할 몫이란 평가가 군 내에선 지배적이다. 군 소식통은 “정부 기조에 맞게 일하면 잘 풀린다는 ‘시그널’을 준 것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육사 배제, 공군 약진 기조 뚜렷해

현 정부 들어 군 인사의 주된 기조가 ‘육사 배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미 육군 대장 비율은 비(非)육사가 육사 출신을 앞질렀다.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학군 21기)과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학군 23기)은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 황인권 2작전사령관(3사 20기)은 육군3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육군 대장 5명 중 육사 출신은 서욱 육군참모총장(육사 41기)과 최병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사 41기)뿐이다. 게다가 이번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라인은 육사가 모두 배제된 송영무(해사 27기)-정경두(공사 30기), 정경두-박한기로 짜여졌다.

육군 중장 20명 중 비육사 출신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진성 지작사 부사령관(3사 22기), 최진규 수도군단장(학사 9기), 박상근 3군단장(학군 25기), 박양동 6군단장(학군 26기), 허강수 7기동군단장(3사 23기) 등 5명. 군 관계자는 “비육사 출신이 보통 군단장급(중장) 2명, 대장 1명이었던 과거 추세와 비교해 봐도 많은 편”이라고 했다.

최종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공군 출신인 정 장관 취임 이후 국방부와 합참에서 공군이 두각을 보이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흐름이다. 육군 출신 ‘정책통’(역대 16명 중 14명)이 주로 맡아온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에 정석환 예비역 소장(공사 31기)을 발탁한 것과 더불어 최현국 합참 차장(중장·공사 33기), 이성용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중장·공사 34기) 등 군 전력 소요를 결정하는 지휘 라인이 공군으로만 채워진 것은 처음이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9월 공군에선 처음으로 전제용 중장(공사 36기)이 군사안보지원사령관에 취임했을 땐 군 내부에서 “‘공사’가 다 망친다”는 ‘공사다망(空士多亡)’이란 비아냥거림까지 등장했다. 공군 출신 장관 체제에서 공군의 약진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검증됐고 함께 손발을 맞춰 온 이들과 함께 일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은 인사의 기본”이란 반박에 일리가 있는 점도 있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장군들의 승진을 위한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모양도 두드러지고 있다.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을 거친 김현종 5군단장과 김도균 사령관은 모두 중장으로 진급했다. 국방개혁비서관은 과거 소장이 임명됐던 관례를 깨고 중장까지 계급이 상승했고, 준장 자리였던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장도 이번 정부 들어 소장이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청와대 근무 장성들의 계급이 맡은 역할에 비해 너무 높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한미 연합훈련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슈가 부각되면서 합참 근무 경험도 날로 중요시되고 있다. 현 육·해·공군 총장 모두 합참에서 진급한 뒤 총장에 올랐다.
○ 軍개혁 드라이브 속도 조절? 하반기 인사 영향은

출범 초 강한 국방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온 정부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속도 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요동치는 육사 내 ‘군심’ 관리도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비육사 출신 최초 육군총장이 탄생할 거란 관측에도 서욱 당시 합참 작전본부장이 임명되면서 ‘육사 독식’ 관행은 여전히 깨지지 않았다. 이번 김도균 사령관의 중장 진급 역시 ‘육사 달래기’의 일환이란 평도 많다.

그럼에도 합참의장 등 다수의 육군 대장을 비육사로 교체한 현 정부가 남은 육군총장 자리까지 비육사로 채우며 상징적인 군 개혁의 정점을 찍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학군 출신 남영신 지작사령관이 비육사 출신 최초 육군총장에 오를 가능성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에 “합참의장은 내줘도 인사권을 쥔 총장은 죽어도 못 준다”는 육사 출신의 반발을 고려해 서욱 육군총장이 차기 합참의장으로 이동하는 방안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올 하반기 박한기 합참의장을 비롯해 군 수뇌부 임기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지난달 취임한 부석종 해군참모총장(대장·해사 40기)을 제외하곤 큰 폭의 장성 인사가 이뤄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고 검증된 사람이 중용되는 게 인사의 기본 원리다. 하지만 파격에 파격을 거듭하는 군 인사와 관련해 오랜 관행을 타파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말들도 나온다.

신규진 정치부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