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아이한 카디르 (한국이름 한준) 터키 출신 한국인·한국외대 국제학과 교수
개인적으로 두 가지 면에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첫째, 코로나19 시기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하고 위기 관리가 잘되는 나라 중 하나인 한국에서 보낸다는 사실이다. 둘째, 직업상 재택근무를 할 수 있어 밖으로 나갈 필요가 많이 없다. 강의도 집에서 온라인으로 하고, 연구도 집에서 하고, 회의도 주로 영상으로 하고 있다.
대다수의 다른 직업은 그러지 못한다. 특히 지난 4개월 동안 가장 위험한 환경에서 가장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의료진, 위험 속에서 일을 계속했던 택배 노동자, 공장 등에서 일을 계속해야 했던 노동자분들, 위기 관리를 위해 열심히 뛴 공무원, 그리고 수많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재택근무가 안 되고 출퇴근해야 했던 분들, 모두에게 아무리 고맙다고 해도 부족하다. 나는 이 기간 꼭 참석해야 하는 회의를 위해 잠깐 나갈 때도 두려웠고, 그때마다 이렇게 고생하는 분들 생각이 들었고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모든 학생이 기술적으로 똑같이 원격수업을 온전히 접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나는 이번 학기 개강하기 전에 학생들의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컴퓨터가 없거나 가정에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학생들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 학기는 처음부터 학생들에게 서로를 배려하자고 했다. 이번 학기 동안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학생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프지 않은 것이 나한테 우선이라고 거의 매주 이야기한다.
그래서 딜레마가 생긴다. 가르치는 교수 입장에서는 대면수업이 가장 좋다. 원격수업은 아무리 잘해도 학생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교류도 부족하기 때문에 대면수업만큼 효과를 못 낸다. 그렇지만 대면수업을 바로 시작하면 감염 가능성도 있고, 감염 걱정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다. 우리 대학은 학생 수가 30명 이상인 강의는 이번 학기 말까지 원격수업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내 강의의 학생 수가 적어 대면수업을 해야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면 조금 두렵기도 하다. 나도 위험하고 학생들도 위험할 수 있다. 앞에 이야기한 것처럼 나는 코로나 전문가가 아니다. 물론 정부 관계자나 대학 관계자들도 연구와 평가를 제대로 하고 안전 조치를 마련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번 학기는 이미 반 이상이 지났다. 이번 학기 말까지 학생들이 배우거나 시험을 치르는 것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급하게 원격수업으로 진행된 이번 학기에는 학생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 덧붙이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학생들 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고 취업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시기가 아닌 만큼 평가를 원래대로 진행하기는 무리다. 외국의 많은 대학은 이번 학기 점수를 합격 또는 불합격으로만 구분하기로 했다. 이번 학기만 한국 대학들도 상대평가를 보류하면 어떨까 한다.
아이한 카디르 (한국이름 한준) 터키 출신 한국인·한국외대 국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