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향후 전략 및 정책 방향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협력보다는 공개 압박과 사실상의 중국 봉쇄전략 등의 ‘경쟁적 접근(competitive approach)’를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사실상 양국 간 ‘신냉전’을 선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中과의 상징적 관계 더 이상 가치 없다”
백악관은 20일(현지 시간) 국방부 초안을 바탕으로 작성한 ‘미국의 대중국 전략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고 21일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16장 분량의 보고서는 “중국의 근본적인 경제 개혁 및 정치적 개방에 대한 기대는 실패로 끝났다”며 “중국은 생명과 자유, 행복추구권에 대한 미국의 기본적인 신념을 흔드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 중국에 대해 경쟁적 접근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힘을 통한 평화 유지’ 항목에서는 국방부를 중심으로 전략핵무기 삼축체계(Nuclear Triad)의 현대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중국이 전략적 공격을 감행하거나 대량살상무기(WMD)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 극초음속 미사일체계와 사이버 우주 기반 무기의 실전배치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중국의 ‘아킬레스 건’인 대만 관련, 보고서는 ‘하나의 중국’ 정책에 기반하되 강한 비공식 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이 계속해서 무력 증강을 시도할 경우 미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미국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재취임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대만에 1억8000만 달러 규모의 어뢰 판매를 승인하는 등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강경 목소리 넘어 실제 실력행사
보고서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방안으로 역내 동맹 및 파트너들과의 관계 강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역내 동맹들과 파트너들에도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역량 개발과 안보 지원에 참가하도록 촉구하고 있다”며 “인도태평양 내 가치를 공유한 나라들과 계속해서 자유로운 기업 활동과 민주적 통치를 보장하기 위한 역할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일본, 호주 세 나라가 지난해 출범시킨 ‘블루 닷 네트워크’를 대표적 모범사례로 거론했고, 한국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이 미국이 협력해야 할 역내 동맹국 정책으로 제시됐다.
이런 정책 방향은 행정부는 물론 의회에서도 강경한 대중 메시지 발신과 함께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만약 중국이 새로운 국가보안법 계획을 추진한다면 우리는 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홍콩 시민의 의지를 반영하지 않는 국가보안법 제정 시도는 (상황을)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며 이런 행동은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회에서는 민주당 크리스 반 홀렌 상원의원과 공화당 팻 투미 상원의원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관여한 중국 관리와 단체를 제재하고, 이들과 거래하는 은행을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홍콩의 자치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뻔뻔한 간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