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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5·18, 이제 새로운 응답이 필요해

입력 | 2020-05-23 03:00:00

◇무한텍스트로서의 5·18/김형중 이광호 엮음/560쪽·2만6000원·문학과지성사




1983년에 나온 황지우의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에는 ‘5월 그 하루 무덥던 날’이라는 시가 있다. ‘… /“광주일고는 져야 해! 그게 포에틱 자스티스야.”/“POETIC JUSTICE요?”/“그래.”/李선배는 나의 몰지각과 무식이 재밌다는 듯이 씩 웃는다./그의 물기 젖은, 싼뿌라찌 가짜 이빨에 햇빛이 반짝거렸다./나는 3루에서 홈으로 生還하지 못한, 배번 18번 선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5·18’에 대한 시적(詩的) 정의(正義)는 이뤄졌을까. 40주년의 5월, 5·18은 ‘헬기 사격은 있었느냐’ ‘암매장은 있었느냐’ ‘발포 명령은 있었느냐’는 사실의 차원에서 맴돌고 있다. 여전히 나(我)와 적(敵)을 나누는 현실 정치의 담론에 의탁하고 있다. ‘5·18’ 하면 ‘전두환’이 대구(對句)처럼 언급되는 상황은 여러 모로 비정상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5·18은 이제 사실의 영역을 넘어 인문학적 질문과 응답이 대상이 되었으며, 하나의 이념과 의미로 환원될 수 없는 고유하고 개별적인 ‘진실’의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며 엮어낸 이 책은 비록 2010년 이후 발표된 글들을 다시 모은 것이지만 일독의 가치가 있다.

책은 ‘국가폭력에 대한 저항이자 어떤 의미화-제도화에 대해서도 저항하는 무한텍스트로서의 5·18’을 조명하기 위해 정치학 철학 역사학 인류학 국문학 문학평론 등이 교차하며 더 큰 의미와 이해를 만들어내도록 했다.

특히 40년 전 5월 21일 계엄군이 퇴각하기까지 사흘간의 시공간을 ‘위대한 인간끼리 형성한 절대공동체’로 규정한 최정운 서울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의 글 ‘저항의 논리’는 울림이 크다. 필자는 “광주 시민들이 항쟁에 목숨을 걸고 참가한 것은 일차적으로 어떤 명분을 의식하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의식의 수준에서 무엇보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였다. 최소한의 인간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였다. 인간으로서의 투쟁, 이념이 결여된 순수한 항쟁이었기에 5·18은 우리의 위대한 역사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명심해야 할 것은 그 뜨거운 투쟁이 그토록 소중한 기억이었던 이유는 그 핵심이 사랑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