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재보선까지 ‘김종인 체제’
칸막이 사이에 두고…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왼쪽)가 22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투명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대화하고 있다. 김 내정자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칸막이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공동취재단
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놓고 한 달여 진통을 앓아 왔기 때문에 22일 오전 열린 당선자 워크숍에서도 팽팽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윤재옥 성일종 의원은 “중도개혁의 이미지를 가진 김 내정자를 통한 당 혁신”을 강조하며 찬성 토론을 했고, 이명수 의원과 조해진 당선자 등은 “외부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대선 주자도 양성된다”는 자강론을 펼쳤다.
당초 당내에선 ‘연말 또는 내년 설날 전까지를 임기로 한 김종인 비대위’가 찬성·반대론자 모두에게 공감대를 얻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 측은 이를 거부하고 내년 4월 재·보선을 임기로 제시하면서 이날 워크숍 안건은 ‘재·보선 공천권을 김 위원장에게 주는 것을 전제로 한 비대위 출범’으로 정리됐다. 토론 뒤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찬반 표결에 부쳐졌고, 찬성표가 상당히 많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선자는 “4월 재·보선 규모가 부산시장 선거 등 몇 자리 정도로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면서 “‘그 정도 공천권은 줄 수 있지 않으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김 내정자와 소통해 온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김 내정자는 그동안 ‘청년기본소득’ 구상과 같은 ‘빅아이템’을 여러 건 연구해 왔다”면서 “이번 총선을 여권의 긴급재난지원금이 뒤흔들었듯 김 내정자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크게 뒤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통합당 당선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오직 국민 눈높이에 맞는 실용 대안정당을 만들겠다”면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그 변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내정자는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원 시절 당 강령에 있던 ‘보수’라는 단어를 삭제하려 했지만 당내 반발에 부닥쳐 좌절된 전력도 있다. 이 때문에 “김 내정자의 약점으로 지적된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당 혁신의 관건”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일단 비대위를 두어 달 지켜본 뒤 성과가 없거나 엉뚱한 짓을 하면 그때 뒤집어도 늦지 않다”라고도 했다.
27일 열릴 당 상임전국위원회의 추인이 김종인 비대위 출범의 마지막 고비다. 통합당 안팎에선 “지난달 상임전국위 정족수 미달로 김종인 비대위 출범이 무산된 혼란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선자들의 의사뿐 아니라 전 당원의 의사를 물어보고 결정해야 할 문제다. 비대위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워크숍이 끝난 뒤 원외 ‘자강론자’들의 반발도 잇따라 터져 나오기도 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이지훈 기자